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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정부 시위, 최소26명 사망

시위대,수도외곽에 바리케이드
마두로,방위군 전국 배치 계획

美“베네수엘라에 인도적 지원
2000만달러 규모 제공 준비”
러·중 등“내정간섭 말라”비판

베네수엘라 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사태가 국가비상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부정선거와 부패, 경제 실패에 항의하는 시민들은 ‘베네수엘라의 봄’을 기대하고 거리로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와 군당국이 유혈진압에 나서면서 수도 카라카스 거리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국제사회도 ‘마두로 대통령’ 진영과 ‘후안 과이도 임시대통령’ 양쪽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24일 AF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카라카스의 대통령궁으로 향하는 시위대와 방위군 사이에 충돌이 발생해 최소 2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시위대는 외곽으로 빠져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소요사태를 이어가고 있다. 반정부 시위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여 군과 시위대 사이에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군부를 이끌고 있는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장관은 지난주부터 수차례 주요 지휘관회의를 소집했으며, 장갑차량과 헬리콥터 등 중무장 전력을 갖추고 있는 방위군을 카라카스와 발렌시아 이외의 다른 대도시까지 확대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두고 세계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마두로 정권에 힘을 실어주는 전체주의 성향 국가로 나뉘어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을 불법으로 규정한 미국과 캐나다, 영국을 비롯해 남미 우파 국가인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14개국은 앞서 스스로를 ‘임시대통령’이라고 선언한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공식적인 정부로 인정했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회의에 참석해 “임시대통령(과이도 의장)이 이끄는 국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베네수엘라에 2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경제 제재로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이 경제 지원을 통해 과이도 의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 이란을 포함해 남미 좌파 국가인 쿠바와 볼리비아 등 전체주의 성향의 7개국은 미국의 입장을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하며 마두로 정권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와 군사 교류를 확대하고 있는데 최근 브라질에 우파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남미 국가들이 친미 성향으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