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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체’는 사전에 ‘얌치가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돼 있다. ‘얌치’가 ‘마음이 깨끗하여 부끄러움을 아는 태도’라는 뜻이니 결국 ‘얌체’는 ‘부끄러움을 아는 태도가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런데 ‘얌체’가 본래부터 이런 의미를 띤 것은 아니다. ‘얌체’는 20세기 초만 해도 ‘염치(廉恥)’ 또는 ‘얌치’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 “요 얌체 업난 것 네가 남이냐”(‘귀의성’ 상:143(1907))의 ‘얌체’는 ‘염치’ 또는 ‘얌치’로 바꿔도 의미상 문제가 없다. 20세기 초에는 ‘염치’와 같은 의미의 단어로 ‘염체’도 있어, 결국 어형과 의미가 유사한 ‘염치, 얌치, 얌체, 염체’라는 네 단어가 함께 쓰였다.

이들 가운데 중심어는 한자어 ‘염치(廉恥)’다. ‘염치’에서 제1음절의 모음이 양성모음으로 변한 어형이 ‘얌치’이고, ‘얌치’에서 제2음절의 ‘치’가 ‘체’로 변한 어형이 ‘얌체’이며, ‘염치’에서 제2음절의 ‘치’가 ‘체’로 변한 어형이 ‘염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얌치>얌체’ ‘염치>염체’의 변화는 음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치’가 그 어떤 ‘체’에 이끌려 그것으로 변하지 않았나 하는데, ‘체’는 형식 명사 ‘체’일 가능성도 있다.

현재 ‘염치’와 ‘얌치’는 어감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염체’는 방언으로 제약돼 있으며, ‘얌체’는 ‘얌치가 없는 사람’으로 변했다. 이런 의미의 ‘얌체’가 1950년대 문헌에서 확인됐다. 이렇듯 ‘얌체’가 ‘염치’라는 긍정적 의미에서 ‘얌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변한 것은, 이것과 적극적으로 어울려 나타나는 부정어 ‘없다’의 부정적 의미 가치에 전염(傳染)됐기 때문이다. 곧 ‘전염’에 의해 의미가 변한 것이다. 먹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검어진다는 근묵자흑(近墨者黑)의 논리가 언어에도 적용된 셈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