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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개정안’ 잇단 비판

“기업규제만 이중·삼중 강화
지주사 옥죄기 경쟁력 약화”

“규제 당국의 권한을 세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 자율을 강화하는 쪽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 방향성을 다시 잡아야 한다.”

경제전문가들이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유례없는 ‘거미줄 규제’로 시대에 역행하는 법안인 만큼 개편 방향성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2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기업 규제가 이중, 삼중 강화돼 기업 본질을 훼손하고 기업만 옥죄는 측면이 강하다”며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 권한만 강화하고 시장 기능을 위축시켰는데 세계적 추세를 감안하면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 권한을 줄이는 방향성이 맞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 세계 주요 각국은 기업을 상법 기준으로 규제하는데 현 정부 당국은 재벌 일가 단위로 규제하고 있다”며 “1970∼1980년대 재벌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가진 채 자본시장의 발 빠른 변화를 이해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정경제의 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되는 상법 개정안도 기업 대주주의 손발을 묶어 주요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상법 개정안의 골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다.

이 교수는 “다른 나라에 없는 차별적 규제를 없애고, 미국 등 주요 국가에 있는 차등의결권, 황금낙하산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기업에 줘야 한다”며 “기업 방어권을 모조리 빼앗아 기업을 나라 밖으로 내몰고 해외 벌처펀드에 먹잇감으로 넘겨주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관련 규제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기업들은 지주회사 규제를 받지 않은 채 다양한 형태의 자회사를 두고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어서다. 지주회사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내기업의 경영권은 크게 위축되고 주요 그룹마다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는 데 유·무형상 막대한 비용을 쓰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산업 판도가 재편되는 변혁기로 지주회사 규제가 도입된 1990년대 시장 환경과 판이하다”며 “선진국들처럼 대주주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게끔 정책적인 지원을 해줘야 미래 산업 주도권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