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兆·1年’에 韓美동맹 흔들

美 ‘1년단위 협정’ 공식요구
매년 협상·교착 되풀이 우려

황준국 前대사 “동맹정신 중요
액수 많고 적음 논란돼선 안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 협정은 이미 9차례 개정했지만, 이번 10차 협상에서는 액수·협정 기간 등의 문제로 주한미군 철수론 등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한·미 관계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미국 측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결론도 부담이지만, 거의 마무리되던 협상안을 뒤집고 ‘새로운 제안’을 하도록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문제를 동북아 안보 전략의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가에서는 합리적 수준의 협상·타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제9차 한·미 방위비 분담 협정 체결 당시 수석대표였던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는 2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의 안보에 한·미 동맹이 워낙 중요하다”며 “동맹의 정신이 중요하고 동맹을 더 안정화시키기 위한 협상인데, 액수가 너무 많다는 것만 가지고 논란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황 전 대사는 미국 측이 협상 기간을 1년으로 제기한 점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근거 없이 1년마다 협상을 하는 것은 동맹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황 전 대사는 또 “방위비 소요의 자료를 가지고 업데이트하면서 분담금을 정할 경우 1년마다 협상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아직 미국은 주한미군에 대해 이런 식의 방위비 협상을 ‘총액형’으로 정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황 전 대사는 한국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1조 원’의 심리적 마지노선에 대해 “지난번 협상 때도 미국은 이미 1조 원 이상의 금액을 제시했었다”며 “그로부터 5년의 시간이 지났다는 점과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하면 1조 원을 넘기는 한국 측 분담액이 터무니없이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2018년 기준 한국 측 분담금은 9602억 원이었다.

당초 지난해 11월 9차 회의 당시 한·미 협상대표단은 총액 및 협정 기간, 연간 상승률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절충해 같은 해 12월 10차 회의에서 협상 타결이 기대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10차 회의에서 미국 측 대표단은 ‘최상층부의 지시’라는 이유로 이전의 조율안을 뒤집고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 미국 ‘최상층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후보시절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과 미군 철수·감축까지도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안에 직접 개입하면서 미국의 요구 수위나 ‘버티기’가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