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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설 민생안정대책

경제활성화 위해 35조원 투입
노인일자리 18만개 조기공급
근로장려금 등도 앞당겨 지급

“좋지않은 선례 남긴다” 비판도

정부가 설 명절을 앞두고 전례 없는 재정 지출 드라이브를 걸었다. 민생고가 깊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지만 예비비까지 집행할 정도로 위기상황인지, 또 대통령·여당 지지율을 재정으로 반등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명절을 앞두고 예비비를 끌어다 쓴 ‘좋지 않은’ 사례를 남긴다는 측면에서 비난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번 설 민생 경제 대책 중 최우선 과제로 삼고 사상 최초로 예비비·특별교부세를 활용하는 등 총 35조2000억 원(전년 대비 6조 원 증가)의 재정을 쏟아붓는다.

먼저 고용·산업위기지역 중심으로 예비비·특별교부세 9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전년과 비교해 자금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중기·소상공인들을 위해 한국은행과 산업·기업은행, 농협, 신한, 우리 등 14개 시중은행 등은 설 전후 신규자금 지원을 지난해 27조6000억 원 규모에서 올해 33조 원 규모로 5조4000억 원 확대한다.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는 전통시장 상품권 4500억 원, 지역사랑상품권 1250억 원 상당을 사들일 예정이다. 이는 전년보다는 규모가 1500억 원, 630억 원 각각 늘어난 수치다. 금융권의 기존 대출과 보증 만기연장도 49조6000억 원으로 전년(32조2000억 원)보다 대폭 확대하고, 전통시장 상인들이 성수품을 살 수 있도록 설 2개월 전부터 50억 원 규모의 명절 자금을 대출한다.

일자리와 관련해, 올해 정부 재정으로 창출할 노인 일자리 61만 개 중 약 30%인 18만 개를 1월 중 조기 공급하는 등 1∼2월 고용노동부 일자리 사업 집행액을 전년 12억 원에서 올해 1366억 원으로 대폭 확대한다. 또 근로장려금(EITC)이나 자녀장려금(CTC) 11월 신청분(1만6000건, 87억 원)을 법정 지급기한인 3월보다 앞당겨 설 명절 전까지 조기 지급한다.

물가 안정을 위해 성수품 공급도 대폭 확대한다. 정부는 설에 수요가 증가하는 15개 품목의 공급을 평소의 1.2∼5배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한다. 배추, 무, 사과, 배의 경우 평소의 153％, 193％, 151％, 180％ 수준으로 각각 공급을 늘리고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공급량은 153％, 120％, 120％, 125％로 확대한다.

한편 설 명절 기간인 2월 4~6일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된다. KTX를 타고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역(逆)귀성’하는 KTX 승객들은 30~40%까지 티켓값을 할인받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주차장도 무료로 개방된다. 연휴 기간 교통 불편을 줄이기 위해 2월 1일부터 7일까지를 특별 대책 기간으로 정해 범정부 대책본부도 운영한다.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열차, 고속·시외·전세버스, 항공기, 연안 여객선을 최대한 증편 운행한다.

하지만 이번 설 대책을 두고 “과도한 재정 투입” “원칙을 무시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기 지역에 대한 예비비 투입에 대한 적절성은 향후에도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안에 목적예비비를 반영, 고용·산업위기 지역 지원 경비를 조달해왔다”며 “해당 규정은 올해에도 유효하다”라고 설명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