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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유력 개최지로 다낭이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초 수도인 하노이가 거론돼 왔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다낭 개최설이 힘을 얻고 있다. 보안과 경호 문제를 감안할 경우, 하노이보다 다낭이 낫다는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휴양지가 밀집돼 있어서 숙소 문제가 없으며, 지난 2017년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를 비롯해 많은 국제행사를 치른 경험도 있다. 또, 리조트 회담을 선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개인적 취향도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다낭의 주력 산업은 관광이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편리한 휴양시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분이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낭은 과거 미국의 대표적 군사기지였다. 다낭 국제공항이 시내 중심으로부터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것도, 다낭 시내 자체가 지금은 다낭 국제공항이 된 미 공군 기지의 배후지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미 지상군 전투부대 첫 투입도 1965년 3월 미 해병대 2개 대대가 다낭에 상륙하면서 이뤄졌다. 1968년 5월 다낭 공항의 1일 평균 항공기 운항 횟수는 2595회에 달했는데, 이는 민간공항을 포함해 당시 세계 최대였다.

한국 해병대 제2여단(청룡부대)이 주둔했던 곳도 다낭 외곽이다. 청룡부대는 1965년 10월 베트남에 상륙해 1971년 12월까지 주둔했다. 청룡부대 주둔지에는 주둔지였음을 알리는 비석 외엔 아무것도 없다. 그 비석도 평소에는 천으로 가려져 있다가 한국인 관광객이 오면 그제야 천을 벗겨준다. 그러나 그곳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기념품을 파는 베트남 상인도 생겨났다. 다낭이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게 만든 초기 동력 중 하나가 이곳을 다시 찾은 미군 참전용사들이었다. 1975년 3월 다낭이 공산군에 점령된 뒤 불과 한 달 뒤에 사이공(현 호찌민)도 함락됐다.

미국은 베트남을 롤모델로 거론하며 ‘베트남의 길’로 가라고 북한에 권고하고 있다. 베트남이 미·북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베트남의 불구대천 원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을 끌어들이고 있다. 심지어 다낭을 미국 군사기지로 빌려줄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런데 중국이 ‘북한의 베트남화’를 반길까. 이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