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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남긴것

신선한 소재·화려한 CG ‘눈길’
힘빠진 결말·잦은 회상 불만도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20일 전국 시청률 9.9%(닐슨미디어 집계)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아쉽게도 자체 최고 시청률 달성에는 실패했다. 유진우(현빈·사진)가 천국의 열쇠를 통해 게임 속 버그를 없애고 사라지고, 박신혜가 1인 2역을 맡았던 엠마의 비밀이 벗겨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 드라마는 증강현실(AR)이라는 낯선 소재를 처음 채택해 방송계 전반에 신선한 자극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AR란, 현실에 기반해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가상현실(VR)이 주체와 객체, 배경과 이미지 등을 모두 가상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반면, AR는 추가되는 정보만 가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AR 드라마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주변의 반응은 냉담했다. 과연 드라마에서 기술적으로 AR 구현이 가능하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극본을 쓴 송재정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연출자인 안길호 PD의 섬세한 영상미, 그리고 스페인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실제 영상 속에 AR를 감쪽같이 창조해낸 컴퓨터 그래픽이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했다.

송 작가는 “그동안 증강현실을 만든 영상이 없어서 고민이 많았다. 잘못하면 정말 이상한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는데 첫 회 시사를 하고 나도 놀랐다”면서 “제작진이 놀라운 그림을 만들어내서 행복했다. 감사했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배우나 실제 배경과 어울려 이질감이 전혀 없었던 컴퓨터 그래픽은 디지털아이디어의 박성진 본부장이 만들었다. 디지털아이디어는 국내 최대 CG 업체 중 하나다. 그동안 영화 ‘부산행’ ‘군함도’, 드라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굵직한 작품의 CG를 담당했다.

이번엔 15개 팀이 뒤섞여 후반 작업에 몰두했다. 1회에서 현빈이 그라나다의 한 광장에서 게임 캐릭터와 전투를 벌이거나, 포탄에 무너진 성벽 파편이 광장에 쏟아지는 장면 등은 시청자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는 계기가 됐다.

송 작가는 “1회 광장에서의 게임 장면 때문에 이 이야기가 시작됐다”며 “현빈과 박신혜의 연기, CG팀의 노고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간접광고(PPL)는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현빈이 차고 있는 명품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이 대놓고 전면에 노출된다든지, 출연자들이 타고 다니는 승용차가 모두 로고가 훤히 보이는 렉서스라든지, 샌드위치 ‘서브웨이’가 게임 아이템으로 등장한다든지 하는 건 ‘옥에 티’였다.

또한 뒷심이 부족한 결말과 지나친 회상신도 문제로 지적됐다.

네티즌들은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결말에서 힘이 빠진 느낌”, “엔딩에서 현빈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고 평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