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미일 협력 강화’ 성명 주도 김석우 前 통일원 차관

“韓日관계 국내정치 이용 말아야
방위비 분담은 경제수준 걸맞게
北과 경협 앞서 방위력 강화를”

“한·미, 미·일 동맹의 삼각 협력이 한국 안보의 기반입니다.”

전직 외교관 50여 명이 최근 한·미·일 협력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가운데, 성명 작성을 주도한 김석우(73·사진) 전 통일원 차관은 1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안보 근간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한·미 간 안보와 외교 차원의 협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이런 협력 기반이 최근 흐트러지는 상황”이라며 “현 정부는 한·미 관계에 빈틈이 없다고 설명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자꾸 양측 의견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차관은 삼각 협력의 또 다른 축인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과거를 잊으면 안 되지만, 과거에 너무 함몰돼서도 안 된다”며 “현재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 같은 문제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김 전 차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의 국수주의적 요소뿐 아니라 우리 정부도 한·일 관계를 너무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별 얘기를 안 하는 것에 비하면 일본에 대한 공세는 밸런스(균형)가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전 차관은 ‘한국 안보의 미래를 어떻게 해야 할지’라는 장기적인 문제를 정권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일 간 과거사 문제는 정면충돌보다는 대안을 가지고 차분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지혜로운 해결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미 간 진통을 겪고 있는 제10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에 대해서는 “국민 세금을 아껴야 하지만 우리 경제력에 걸맞는 수준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해서 철도·도로 등 경제 협력이나 지원을 하는 것보다 방위력 강화가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차관 등 전직 외교관 50여 명은 지난 11일 ‘나라사랑 전직 외교관 100인’이란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대한민국의 안보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우리 안보의 버팀목이 돼온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체제를 무력화하고 친중 사대 노선으로의 진로 변경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반일 정책으로는 한국 외교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과거사에 집착하면 미래가 없다”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권한 없는 민간인들이 (위안부 합의 관련) 외교기밀문서를 뒤지고 공개 폭로하는 등 불법 행동을 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