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靑주장에 반박’ 파장·전망

11일 신한울 공사재개 주장
靑 진화에 물러나는 듯하다
‘충정’ 표현까지 쓰면서 목청

脫원전정책 다시 현안 부각
文정부 정책들 효과 못내면
여권서 비판 목소리 터질듯
박지원 “宋 소신발언 지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탈원전 정책 속도 조절론 논란에 대한 청와대의 진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여권 내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해 여당 중진 의원이 정면 반박하고 청와대의 ‘진압’에도 뜻을 꺾지 않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여권에서는 소득주도성장론 등 핵심 정책이 집권 3년 차인 올해 상반기 중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여당에서부터 수정 요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으로서는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 등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만큼 집권 중·후반기부터 가시화되는 당·청 갈등이 조기에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신한울 3, 4호기의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송 의원은 14일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서자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고개를 숙이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충정’과 ‘국회의원으로서의 소명’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당시 생각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캠프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캠프를 이끌었던 4선의 송 의원이 정부 핵심 정책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며 탈원전 정책은 다시 정치권의 주요 현안으로 부각됐다. 특히 같은 당 박영선·우상호 의원이 무소속 의원의 입당을 막은 당의 결정을 공개 비판한 것과 맞물려 여당 중진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나 당 지도부 판단에 대해 이견이 있더라도 공개적으로 표출되지 않았지만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며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중진 의원들이 정치적 소신을 내비치기 시작한 것”이라며 “정부로서는 부담스럽지만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는 만큼 전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가 다양한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정책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여권에서부터 수정 요구와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송 의원의 탈원전 정책 속도조절론에 대해 야당은 이틀째 환영의 뜻을 내놨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송 의원의 소신 발언에 지지를 보낸다”며 “대통령 정책에 반하더라도 소신을 밝힐 수 있는 문재인 정부가 돼야 성공한다”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