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경두(가운데) 국방부 장관과 조명균(왼쪽) 통일부 장관,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文정부 첫 국방백서 논란

‘대한민국 침해하는 세력이 적’
구체적 대상없이 모호한 표현

‘北 재래식무기’ 위협 미포함
‘HEU 상당량 보유’ 첫 기술

軍협력 순서 日-中서 中-日로
‘北核 日과 협력한다’도 빠져

15일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발간된 ‘2018 국방백서’에 ‘북한=적’ 개념이 2010년 재등장한 이후 8년 만에 다시 사라짐으로써 군의 대적관(對敵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백서는 또 한·일 관계와 관련,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기본가치 공유”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삭제함으로써 한·일 간 깊은 갈등의 골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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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표현 삭제로 군의 대적관 흔들릴 수도 = 백서 제2절 ‘국방정책과 군사전략-국방 목표’란에는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만 기술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인 2010∼2016년 백서에 등장했던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 표현이 다시 삭제된 것이다. 국방 당국은 지난해 5월 판문점 선언과 9월의 평양 남북군사합의서 기본 정신은 적대행위 중지로 압축되는 만큼 그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이지만, 문제는 우리 군의 대적관과 대북관이 몰고 올 혼선과 국방 대응 능력의 약화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백서의 북한군 위협 표현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도 훨씬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 백서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등은 우리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기술했지만 이번 백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만 했을 뿐 북의 재래식 군사력 위협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백서에서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도 상당량을 보유”라고 함으로써 HEU 보유 사실을 처음 공식 기술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2005년 이후 HEU 농축시설을 가동해왔으며 플루토늄(Pu)을 생산하는 영변 5㎿ 원자로가 중단과 재가동을 반복한 점에 비춰 북한 보유 핵무기 절반 이상이 HEU 핵무기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는 “미국의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2010년 북한에서 본 원심분리기만 2000개가 넘은 것에 비춰 주일 미군사령부(USJF)가 최근 언급한 핵무기(15개 이상)는 Pu, HEU를 모두 포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민주가치 공유’ 삭제, 한·일 관계 악화 반영 = 백서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기본가치 공유”라는 과거 표현이 삭제된 것은 악화할 대로 악화한 양국 관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 군사협력 기술 순서가 ‘한·일-한·중→한·중-한·일’로 변경된 것은 그 극명한 사례다. 백서에는 또 북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일본과 협력한다는 내용도 빠져 있다. 그 배경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을 둘러싼 과거사 갈등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최근 ‘방위계획대강’을 발표하면서 안보협력 대상국 순위에서 한국을 과거 2위에서 5위로 밀어내고 ‘기본가치 공유’ 문구를 삭제한 것에 대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