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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의 유명 관광지인 트레비 분수(사진)에 쌓이는 동전의 사용권을 놓고 로마 시 당국과 가톨릭 교회 간의 감정싸움이 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14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탈리아 로마 시 의회는 지난해 말 분수에 쌓이는 동전들을 시 당국이 직접 문화재 보수 및 사회복지 증진을 위해 활용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화 ‘애천’ ‘로마의 휴일’ ‘달콤한 인생’으로 잘 알려진 트레비 분수는 어깨 너머로 던진 동전이 분수에 들어가면 로마에 다시 오게 되고 행운이 깃들며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트레비 분수에 쌓인 동전 액수는 연평균 150만 유로(약 19억 원) 정도. 로마시는 2001년부터 동전을 수거해 가톨릭 자선재단 카리타스에 기부해 노숙자 등 극빈층을 돕는 데 사용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말부터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시장과 시 의회 다수당인 오성운동이 동전의 소유권을 주장해 왔고, 결국 진통 끝에 이를 법제화한 것이다. 현재 로마 시는 17억 유로의 부채가 쌓여 있는 데다 쓰레기 처리 및 도로보수 비용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가톨릭 교회는 로마시의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지 가톨릭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일간지 아베니에르는 12일 1면 기사에서 시 의회를 ‘빈곤층의 적’이라며 “시 의회가 극빈층의 돈을 강탈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카리타스는 수많은 정재계 인사 및 언론인도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리타스 측은 지난 4월부터 동전이 카리타스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변화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베노니 암바루스 카리타스 로마지구 감독관은 “이 같은 결과를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고, 이것이 끝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특정 종교에 전달한다는 데 거부감을 가진 이들은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한 시민은 트위터를 통해 “왜 로마 시민 모두를 위해 쓰여야 할 동전이 특정 종교가 운영하는 재단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