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대·중견기업 간담회’제언

“일방적 정책전달 자리면 안돼
위축된 기업가 정신 살리도록
과도한 규제개선 계기 삼아야”

“시민단체·노동계뿐만 아니라 기업인의 목소리도 진정성을 갖고 들어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15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중견기업인 간의 간담회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한목소리로 제언했다.

대기업 A임원은 1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연초부터 청와대·여당이 산업 현장을 찾고 기업인과 만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정·관계 모두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면서 “현 경제 분위기를 대세 전환하기 위해서는 간담회 이후에도 한국 경제의 활력을 약화시키는 각종 규제 현안과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근로시간·최저임금 등 노동 현안 등과 관련해 전향적인 후속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B임원은 “제약 없이 각종 경제 현안을 의논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기업인들도 정부를 믿고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가 마련될 것”이라면서 “시민단체·노동계의 목소리만 듣지 않고 기업인의 목소리도 균형 있게 듣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경제 정책을 꾸린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단체 C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다소 맞지 않더라도 말 그대로 기업인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면서 “최근 열린 여권의 경제인 간담회처럼 정부 정책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기업인들은 결국 입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형식적인 간담회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 D관계자는 “주력 산업은 힘을 잃어가고 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중대 기로”라며 “위축된 기업가 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우리나라 기업에만 적용되는 과도한 규제, 기업가의 새로운 도전을 막는 걸림돌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미·중 무역 전쟁, 세계 경기 둔화 등 세계 경제 여건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 일자리를 지키고 만드는 기업인을 어느 때보다 격려하고 응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인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너무 오래 지속하고 있다”면서 “기업인들의 투자 심리가 한국을 떠나면 실물로부터 위기가 촉발되고, 과거 금융위기 때 ‘오뚝이’처럼 딛고 일어섰던 복원력이 허물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