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에 대해 7일 법원이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이날 오후 201호 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전 씨에 대한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구인장의 유효기간은 다음 공판 기일인 오는 3월 11일까지이며 인치 장소와 일시는 각각 광주지법 201호 법정, 3월 11일 오후 2시 30분이다.

재판부는 전 씨가 첫 공판기일이었던 지난해 8월 27일 알츠하이머 증상 악화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은 데 이어 두 번째 공판 기일인 이날도 독감 등을 이유로 불출석하자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구인영장은 법원이 신문에 필요한 피고인 또는 사건 관계인, 증인 등을 일정한 장소에 강제로 불러들이기 위해 발부하는 영장이다.

이날 전 씨 측 법률대리를 맡은 정주교 변호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께서 독감과 고열로 외출이 어렵다”며 불출석 사유서와 독감 진단서를 제출했다. 정 변호사는 앞서 지난 4일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기일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전 씨 측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불출석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다음 재판을 오는 3월 11일 오후 2시 30분으로 연기했다. 전 씨에 대한 구인영장 발부는 인내할 만큼 인내한 재판부가 꺼낸 사실상 ‘최후의 카드’다. 피고인 출석이 공판 개정 요건이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을 전후해 5·18 기념재단과 5·18 관련 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 일부 정당 등은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 씨의 재판 출석을 촉구했다. 전 씨는 2017년 4월에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해 고(故)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5월단체와 조 신부의 유가족은 2017년 4월 전 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수사 끝에 그해 5월 3일 전 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