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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 때
주미·주일 대사 제치고 자리
의전서열 따라서 앉혔다지만
‘美 오해 부를까’배경 설명도

둘 다 차기 비서실장 거론돼
文, 조용하게 총선출마 타진
禹 긍정, 盧는 부정적 뜻 밝혀

재외공관장 초청 청와대 만찬이 열렸던 지난 10일 헤드 테이블. 문재인 대통령 오른쪽과 왼쪽에는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와 노영민 주중 대사가 각각 자리를 잡았다.(사진)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차기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는 이들이다. 문 대통령과 ‘우 윤근 좌 영민’ 간에 나지막한 대화 소리가 흘러나왔다. 문 대통령은 왜 양 옆에 주미·주일 대사가 아닌 주중·주러 대사를 앉혔을까. 어떤 긴한 얘기가 오갔을까.

참석자들에 따르면 자리 배치에 대해선 주최 측의 사전 설명이 있었다. 공관장 부임 전 장관급을 거친 횟수가 많은 사람부터 대통령의 옆 좌석에 배치하되, 횟수가 겹치는 경우 입법-사법-행정부 출신 순으로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전서열 원칙을 알렸다는 것이다.

장관급 자리만 3번(교섭단체 원내대표, 국회 법사위원장, 국회 사무총장)을 거친 우 대사가 서열 1위로 대통령 오른쪽에 앉았다. 노 대사가 국회 산자위원장을, 조윤제 주미 대사가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해서 장관급을 한 번씩 했는데 입법부 우선에 따라 노 대사가 대통령 왼쪽 자리를 차지했다.

재외공관장 중 서열 3위로 밀린 조 대사는 문 대통령 오른쪽으로 세 칸 떨어진 곳에 자리 했다. 당연히 언론지상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자리였다. 미국 정부가 오해할 수 있겠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한다. 한 만찬 참석자는 “청와대로서도 이런 자리 배치가 ‘중·러 우대, 미국 하대’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보고 주한 미 대사관을 통해 배경 설명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역 공관장 모임에서 전직 경력을 따져 주미 대사가 서열에서 밀려나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 윤근 좌 영민’과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당시 헤드 테이블에 앉은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두 사람에게 똑같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내년에 어떻게 할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우 대사는 “기회가 되면 총선에 나가고 싶다”며 국회 재입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에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노 대사는 “저는 총선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자신의 출신지인 충북 청주(흥덕을) 지역을 또 다른 친문 인사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꿰차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낮은 목소리로 묻고 두 대사가 조심스럽게 답했지만, 눈치 빠른 외교관들과 공관장들이 이를 귀담아듣고 소문이 퍼져 나갔다. 한 공관장은 “대통령이 총선 정국을 앞두고 청와대 개편이나 국정 운영과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두 사람의 답변으로 봤을 때 우 대사는 국회로, 노 대사는 후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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