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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14일 정부는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는 8월 말 전문가 논의 끝에 도출된 국민연금 장기 재정 추계와 제도개선 발표를 기초로 정부가 마련한 계획이다. 지난 8월 공청회에서 보험료 인상이나 소득보장 수준에 대해 이질적인 안을 나열해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 정부 발표에서도 단일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4가지 안을 병렬적으로 제시하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연금 정책에 대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여론의 추이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연금 정책 마련의 어려움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의 가장 큰 특징은 첫째는 지급보장을 명문화한 것이고, 둘째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재정 안정화가 아니라 노후소득보장 강화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선, 지급보장 명문화는 그 자체로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이미 현재 규정만으로도 국민연금 급여는 기금의 유무나 크기와 관계없이 반드시 제공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은 국민연금 수급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고, 지급보장 문구를 넣어야 그나마 제도를 신뢰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정부의 공적연금에 대한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급보장 명문화는 불가피했다.

다음으로, 정부의 국민연금 정책 방향이 보다 분명히 드러났다. 지난 공청회 발표에서는 소위 재정 안정화 방안과 소득보장 강화 방안이 모두 제시됐던 반면, 이번 발표에서는 4가지 안에서 모두 재정 안정화 방안은 배제됨으로써, 정부가 보험료 인상에 신중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3안, 4안의 경우는 급여 수준을 현재 수준보다 높이되 이를 위해 일부 보험료율을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낸 반면, 1안에서는 국민연금 급여를 높이지 않을 경우 재정 안정화론자들이 주장하는 보험료의 인상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2안은 국민연금 급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기초연금을 추가해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 재정이 5년 전 추계보다 악화할 것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 2안에서 국민연금 재정 개선에 대한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비판할 수 있는 지점이다.

현시점에서 정부 안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정부 안 발표는 논의의 끝이 아니라 국회 논의의 출발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의 국민연금 소득보장 강화 방안에 대해 야당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사실 노후소득보장 문제는 비단 국민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년여 동안 이어진 국민연금 논의는 사실상 5년마다 반복되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처음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 제도가 생겼을 때는 국민연금 논의만으로 전체 노후소득보장 논의가 가능했으나, 현재는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연금제도가 추가됐는데도 현 논의구조에서는 국민연금만 다루고 있다. 정부가 이번 발표에서 다층노후소득보장강화를 내세우기는 했지만, 이는 처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때마다 내세웠던 수사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전체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서 국민연금의 방향성을 올바르게 제시하기를 바란다. 국민연금만 논의할 때보다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연금문제를 정치 리스크로 바라보지 말고 후세대를 위해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를 치열하게 논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