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 교수협 토론회

“재생에너지 보조금 지원은
오히려 기술 발전 저해 우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위헌 소지가 있고, 과도한 부담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의 법적, 윤리적 문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진 채 추진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법치 행정의 측면에서 봤을 때에도 안정성이 결여돼 있다”며 “법령의 근거 없이 단순 행정계획을 통해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을 결정했는데 이는 법치주의에서 봤을 때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수립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탈원전 정책을 포함시켰고,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자발적인 사업 포기라는 방식을 취하면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신규 원전 4기 백지화가 추진됐다. 정 교수는 “탈원전을 폐기한 대만,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독일 모두 수년에 걸친 국민적 합의와 법적 절차에 의해 결론을 도출했지만, 우리나라는 국민 합의보다 정치적 선택에 의해 에너지 정책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두고 “사회적인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며 비판했다.

이 교수는 재생에너지에 정부가 보조금을 쏟아붓는 것이 오히려 기술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올해 소규모 태양광발전소 보급을 확산시키겠다며 도입한 ‘한국형 발전차액 지원제도(FIT)’가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FIT란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생산한 전력의 거래 가격이 정부 고시 가격보다 낮아질 경우 차액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교수는 “정부의 편향적인 에너지 정책이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역시 “태양광 사업자의 이익을 가정용, 산업용 소비자 모두가 보조해주는 불공정한 상황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드는 비용이 2017년부터 15년 동안 171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 3월 발족한 에교협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에너지 정책 방향 제시를 목표로 전국 58개 대학에서 교수 2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 중 원자력 전공 교수는 20% 내외에 불과하고, 공학·자연과학에서 인문·사회·법학에 이르기까지 전공이 다양하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