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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사업기지 옮길것” 12%
정부 강행땐 산업계 파장 클 듯

“아직은 모르겠다” 54%가 응답
상황 악화땐 협력사 변경 우려

“회사별 기여도 측정곤란” 40%
“자율적 相生문화 유도를” 36%

연내 법제화를 목표로 정부가 추진해 온 협력이익 공유제와 관련, 30대 그룹사 대부분은 해당 제도가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하지 않고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제화를 강행할 때는 해외로 부품 구매처 등을 옮길 수밖에 없다는 곳도 10곳 중 1곳 이상이어서 국내 산업 생태계에 막대한 파장이 우려된다.

13일 문화일보가 비금융 계열 30대 그룹사(공정거래위원회 기준·총수 없는 기업집단은 제외)를 대상으로 협력이익 공유제에 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12.5%는 협력이익 공유제를 제도화하면 해외로 협력사를 변경하거나 사업기지를 옮기겠다고 답했다. ‘아직 모르겠다’고 답한 곳도 54.2%에 달했다. 견해를 아직 정하지 못한 곳은 글로벌 경쟁력에 나쁜 영향을 받게 되면 앞으로 해당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0.8%만이 해외로 옮길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협력사 이전 또는 생산법인 현지화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제도 도입이 생산원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가늠할 수 있기 전까지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기업이 적잖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제도가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한다는 의견은 4.2%(‘매우 부합’ 0%·‘부합’ 4.2%)에 불과했다. 반면 79.2%는 부합하지 않는다(‘매우 부합하지 않음’ 12.5%·‘부합하지 않음’ 66.7%)고 답했다.

이들 기업은 시장 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이유로 ‘경영 활동의 자기 부담 원칙 위배’(36.4%), ‘주주 재산권 침해’(27.3%), ‘혁신 및 이윤추구 유인 약화’(27.3%), ‘기업 재산권 침해’(6.1%) 등을 꼽았다.

주주 이익의 침해 여부에 대한 별도 질문에 대해서는 83.3%가 침해(‘매우 침해’ 20.8%·‘침해’ 62.5%)한다고 답했으며, 침해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0%였다. 침해한다고 답변한 기업은 ‘주주의 기업 잔여수익 청구권 침해’(45.8%), ‘사전 미승인’(37.5%), ‘배당이익의 중소기업 귀속’(12.5%) 등을 이유로 꼽았다. 제도 도입 시 외국인 주주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재무적 성과에 대한 협력사별 기여도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수많은 단계의 개별 기여도 측정 곤란’(40.0%), ‘협력사 수 너무 많고 중요도 상이’(31.4%), ‘검증 단계에서 기술유출, 경영간섭 논란 소지’(17.1%), ‘협력사 원가정보 등 확보 곤란’(8.6%) 등이라고 답했다.

이들 기업은 협력이익 공유제 법제화를 대신한 정책 대안으론 ‘성과공유제 등 자율적 상생협력 문화 확산 유도’(36.4%), ‘원천기술, 해외진출 등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지원’(27.3%),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에 힘쓴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22.7%), ‘하도급법 위반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엄격한 감독과 법 집행’(13.6%) 등을 꼽았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