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르 피차이(46) 구글 CEO가 중국 정부를 위한 ‘인권’ ‘민주주의’와 같은 단어가 검색되지 않는 반쪽짜리 구글 사이트 개발과 관련해 미국 의회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피차이 CEO는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 없다”고 변명했지만 공정성이라는 구글의 철학을 팔아먹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11일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피차이 CEO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코드명 ‘드래곤플라이(Dragonfly·잠자리)’라는 검색엔진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중국에서 서비스 출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한 단계에 와 기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용자들이 항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조사하는 것이 우리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 같은 나라에서 검색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한때 100명가량의 직원이 그 작업에 매달렸다. 현재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작업일 뿐”이라고 해명했다.드래곤플라이는 중국의 검열정책에 따라 특정 단어 검색을 차단하는 기능을 갖춘 전용 검색엔진 프로젝트다. 앞서 구글은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정보 검열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0년 검색서비스를 철수했다. 그러나 구글은 중국 시장 재진출을 위해 비밀리에 드래곤플라이 개발을 추진했고 지난 8월 해당 프로젝트 존재가 알려지면서 ‘초기 단계’라고 인정했다. 이후 구글 직원 수천 명은 드래곤플라이가 ‘악마가 되지 마라(Don’t be evil)’는 사규를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민주당의 데이비드 시실리니(로드아일랜드) 의원 등은 최근 불거진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피차이 CEO를 집중 질타했다. 하지만 피차이 CEO는 여러 차례에 걸쳐 “(현재로써는) 중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미래에도 중국 시장에 계속 진출하지 않을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해 여지를 남겼다. 중국 시장 재진입에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이전에도 구글은 중국에서 검색서비스 사업을 재개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 만큼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