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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일시휴전 상태에서 지난주 터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창업주 딸 멍완저우(孟晩舟) 체포 사건으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양국이 앞으로 진행할 경제·무역 협상과 별개로 첨단기술 전쟁이 확전하면서 ‘신(新)냉전’ 장기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전면화한 미·중 간 패권 경쟁은 사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2012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재균형 전략’(rebalancing strategy)과 같은 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은 재균형 전략을 아태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것으로 설명했지만,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 나아가 민주주의라는 미국적 가치가 중국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신형대국관계 역시 미·중 간 충돌 회피, 상호존중 등을 내세웠지만 근저에는 미국이 중국식 발전의 길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의 대중 강경 선회 이유를 분석했다. 먼저 시 주석 집권 1기 5년이 지나고 새로운 5년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열린 중국 공산당 19차 당 대회가 미국의 대중 강경 노선에 불을 댕겼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발전 가속화와 독립성 유지를 원하는 국가에 완전히 새로운 선택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등을 통해 독자적 발전 모델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미국은 패권 도전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또,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부터 자유·민주화를 염두에 두고 중국의 경제 발전과 국제질서 편입을 지원한 이른바 ‘관여 정책’도 실패로 끝났음이 입증됐다. 게다가 시 주석이 올 3월 양회에서 국가주석 임기를 철폐하는 개헌을 관철하자 미국은 관세 부과의 포문을 열며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0월 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허드슨연구소에서 한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의 민주주의에 간섭하고 있으며, 그 목적은 대통령과 우리 어젠다, 미국의 가장 소중한 이상들을 약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중국 제조 2025’ 성공을 위해 첨단기술 ‘도둑질’과 기술 이전 강요, 국유기업 보조금 정책 등을 통해 미국의 기술 패권을 무너뜨리려 할 뿐만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또한 미국이 관여 정책을 통해 체제 유지의 핵심인 공산당 일당독재를 허물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 중국 인사는 “미국이 국유기업 보조금 폐지 등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중국식 국가사회주의를 무너뜨리고 미국식 자본주의를 이식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미국의 재균형 전략과 한반도’에서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전쟁사’에서 단순히 특정 국가의 군사력과 경제력 증가가 패권 전쟁의 원인이 아니라 강대국 사이의 상호불신과 오해가 주된 원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기존 패권국과 새로 부상하는 국가 간 신뢰 형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불신의 늪에 빠진 미·중 관계가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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