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서 나와 귀가
혐의관련 질문엔 말아껴

“결과 당연” “방탄판사단”
보혁 시민단체 반응 갈려

박병대 전 대법관은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7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며 “재판부의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고영한 전 대법관도 영장이 기각된 후 귀가했고, “(취재진에) 추위에 고생이 많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심사 출석 당시는 물론 심문을 마치고 난 후에도 무거운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홀가분해진 모습이었다.

두 전 대법관은 혐의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는 여전히 답하지 않았다. 이날 새벽 구치소 정문을 빠져나온 박 전 대법관은 ‘(청와대의) 국무총리 제안은 대가성이 없었다고 생각하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후배들이 알아서 벌인 일이라 생각하나’ ‘법관 블랙리스트 지시를 안 하셨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아들과 함께 귀가했다. 곧이어 구치소를 나온 고 전 대법관 역시 혐의 관련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전직 대법관 신분이 (기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증거 삭제 정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양 전 대법원장과 다르다는 건 어떤 의미로 한 이야기인가’ ‘이 모든 게 전 대법원장(양승태)과 전 법원행정처 차장(임종헌)의 책임인가’ 등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차량에 올랐다.

전날 오전부터 시작된 구속영장심사에서 박 전 대법관은 5시간, 고 전 대법관은 4시간가량 심사를 받았다. 이들은 심사가 끝난 뒤 서울구치소에서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대기했다. 임민성·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자정을 갓 넘겨 각각 박 전 대법관, 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시민단체는 영장 기각 직후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과 “방탄판사단”이라는 비판을 각각 내놨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법원이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는데 두 전 대법관 모두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고 생각한다. 직권 남용 혐의 입증이 미진했던 부분도 있기에 법원의 영장 기각 판단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진보 성향 단체들이 참여하는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구속영장 기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이 개혁 대상임을 스스로 증명했다”며 “국회가 즉시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사법농단 관련 법관 탄핵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정유진·조재연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