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크톤에서 돌고래까지, 해양 먹이사슬 전체에 이미 농축

영국 연구팀이 최근 그물 등에 걸려 죽은 바다거북 100여 마리를 조사한 결과 한 마리도 빠짐없이 미세플라스틱 등 합성물질 조각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4일 외신에 따르면 영국 엑시터대와 플리머스해양연구소가 그린피스연구소와 공동으로 대서양, 태평양, 지중해 등에서 어망 등에 걸려 죽은 바다거북 7종, 102마리의 내장을 조사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해 5㎜ 이하 합성물 조각이 조사 대상 모두에게서 발견됐다. 바다거북 102마리에게서 검출된 합성물 조각은 800여 개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바다거북의 내장 일부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전체로 확대하면 총량은 20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합성물 조각 중 가장 많은 것은 섬유로 옷이나 타이어, 담배필터 등과 밧줄, 그물 등 해양 장비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해역별로는 지중해에서 포획된 바다거북에서 합성물 조각이 가장 많이 나와 대서양, 태평양보다 높은 오염도를 반영했지만 조사 개체 수와 방법론상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합성물 조각들이 어떤 경로로 바다거북 내장에 들어갔는지는 확인 못 했지만 오염된 바닷물이나 침전물, 먹이나 식물 등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페넬로페 린데크 플리머스해양연구소 박사는 “해양 먹이사슬 가장 밑에 있는 동물성 플랑크톤부터 돌고래, 거북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우리가 연구한 거의 모든 종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미래 세대를 위해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 건강하고 생산적인 대양을 유지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추가적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논문 수석 저자인 브렌던 고들리 교수는 “전 세계 바다거북 상당수 또는 모두가 미세플라스틱을 먹었다는 것은 크게 부끄러운 일”이라며 “아직은 바다거북에게 중대 위협이 아니지만 세계 쓰레기 문제를 더 잘 처리해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했다. 제1저자인 엑시터대 생태보존센터의 에밀리 덩컨 박사는 “합성물 조각이 오염물질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을 갖고 있을 수도 있고 세포나 그 이하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