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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문학賞 ‘난주’ 김소윤 작가

노비 몰락 정약용 조카의 실화
4년간 조사·감수 끝에 소설로
“좌절과 상처를 자산으로 승화”

“현재 전주시청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직업을 가지고 난 다음에는 8∼9년간 소설을 안 썼어요. 그런데 제가 정말 못 쓴 건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두려워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로 무조건 쓰기로 했죠. 설거지하면서 상상하고, 아이 재우면서 곱씹어보고… 생활 속 글쓰기라고 할까요? 고되지만 아직은 직업과 글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아요.”

제6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난주’(은행나무)의 김소윤(38·사진) 작가를 지난달 30일 제주에서 만났다. 단행본 출간을 기념해 출판사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정난주 마리아의 묘’ 인근 카페에서 연 간담회 자리였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제주4·3평화재단이 주최하는 문학상이다. 2013년 출범해 시와 소설 부문 수상자를 내왔다.

‘난주’는 조선 후기 학자인 정약용의 조카이자 정약현의 딸이었던 정난주가 천주교도 박해 사건인 ‘신유박해’(1801)로 집안이 몰락한 후 제주도로 유배돼 관노비로 살아야 했던 신산한 삶을 그린 장편이다. 정난주는 남편 황사영이 천주교 부흥을 위한 백서를 중국 베이징의 주교에게 보내려다 발각돼 참형(황사영 백서 사건)을 당한 이후 노비로 추락해 1838년 제주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타적·헌신적 삶을 살았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난주의 삶은 김소윤 작가에 의해 현대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김 작가는 역사소설에 심취해있던 2014년 우연히 정난주라는 인물을 알게 됐고, 그 후 4년여간의 작업 끝에 한 권의 드라마로 완성했다.

“18∼19세기 조선 사회의 전통과 충돌한 정약전, 황사영 등을 다룬 김훈 소설가의 ‘흑산’을 읽으면서 정난주라는 인물에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저도 두 아이의 엄마다 보니 어린 아들을 추자도로 떠나보내고 제주도로 유배를 갈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궁금했죠.”

그러나 김 작가로선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했고, 더구나 역사소설 집필은 처음이었다. 벽에 부딪혔다.

“4년 전쯤 첫 장을 썼는데 그다음부터는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제주도도, 조선 후기 역사도 온통 모르는 것뿐이었어요. 제주 향토 사학자에게 문의하고, 국어사전과 제주방언 사전을 정리하며 제주도 분들에게 감수를 구했습니다.”

첫 번째 역사소설이지만 김 작가의 문장에선 묵직한 힘과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프로필을 보지 않고 읽으면 남성 작가일 것이라는 편견에 빠질 정도다.

“정난주는 결코 가볍게 할 수 없는 이야기였어요. 김훈 선생님 것도 보고, 최명희의 ‘혼불’도 보면서 그 길을 따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우리말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난주’의 원제는 ‘잊힌 꽃들’이다. 김 작가는 주변인들의 작은 노력이 세상을 바꿔나간다고 믿고 있다. 그가 정난주에게 주목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일상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의 역사를 볼 때 우리 한 명 한 명이나 하루의 삶은 절대 헛되지 않은, 특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지금의 우리가 됐다고 봅니다. 좌절이나 상처도 누군가에게는 자산이 될 수 있는 거지요. 정난주 사건은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의 엄청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을 꿋꿋하게 지키고 살아갔습니다. 그런 모습이 제게도 힘이 됐어요. 요즘 현대인들이 많이 힘들어하지 않나요? 정난주가 삶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로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주=글·사진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