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이리 앉으시죠” 김상조(오른쪽 두번째) 공정거래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편의점업계 과밀화 해소를 위한 자율규약 선포식’에 앞서 우원식(〃다섯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편의점업계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업계 첫 자율규약… 출점거리 제한 18년만에 부활

전국 편의점 올해 4만개 돌파
제살깎아먹기 경쟁 해소 기대

유통전문가 “도심 등 일괄규제
소비자편익 고려하지 않은 것”

김상조 “이행 최대한 지원할것”

정부가 4일 발표한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안’은 편의점 신규 출점을 어렵게 하고 폐점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제살깎아먹기식 과당 경쟁’을 줄여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기준 편의점이 4만 개(4만192개)를 돌파하면서 과다 출점 부작용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편의점 자율규약안이 제대로 시행되면 2000년 폐지된 ‘편의점 출점 거리 제한’이 18년 만에 되살아나 과당경쟁이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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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편의점 자율 규약 제정 선포식’에서 “책임 없는 사유로 경영 상황이 악화한 가맹점주는 위약금 감면으로 더 쉽게 편의점 시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과밀화한 편의점 시장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율 규약을 충실히 이행하는 업체가 상생협약 이행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표준계약서도 규약 내용을 반영하도록 개정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새로 마련된 편의점 자율규약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 제한’ 기준을 따라 편의점 신규출점에 거리제한 규정을 뒀다. 이에 따라 사실상 기존 편의점 100m 안에서는 새로운 편의점이 문을 열지 못하게 됐다. 편의점산업협회는 애초 지난 7월 80m 이내에 신규출점을 자제하는 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으나 ‘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는 공정위 의견을 반영해 이번 자율규약안에 거리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담배 소매점 간 거리 기준을 준용하기로 했다. 편의점업계는 지난 1994년 80m 이내에서 출점을 제한하는 근접출점 자율규약을 제정해 시행했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편의점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 수는 2011년 2만1221개에서 2016년 3만2611개로 53.7% 늘었고, 지난 3월 4만 개를 돌파했다. 2011년 2만 개를 넘은 편의점은 3만 개(2016년)가 되기까지 5년이 걸렸지만, 4만 개를 넘기까지는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편의점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맹점주의 수익성은 악화했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마저 크게 오르면서 과밀해소 필요성이 대두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오피스 상권과 도심 외곽지역의 일괄 규제는 오히려 소비자 편익이 고려되지 못했다”며 “신도시의 신규 출점 점포가 누릴 과도한 선점권을 보장하는 등 자율 시장 경쟁체제를 역행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