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얼룩진 개선문 2일 프랑스 파리시 소속 공무원이 전일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대(노란 조끼)가 스프레이로 ‘노란 조끼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개선문 하단에 써놓은 낙서 문구 옆을 지나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佛전역서 13만6000명 거리에
차량에 불지르고 소총 탈취도
마리안像·무명용사묘 등 부숴

정부“프랑스 상징에 대한 공격
비상사태 선포 고려하고 있어”

프랑스 전역에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는 ‘노란 조끼’ 시위가 폭력적으로 격화하며 프랑스 파리의 상징 중 하나인 개선문이 크게 훼손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주요 도시의 경비를 강화하는 동시에 시위대 대표단과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유류세 인상에 대한 군중의 분노가 확산되면서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2일 프랑스 르 피가로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운집한 3000여 명의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보도블록을 깨서 던지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거리 끝에 있는 개선문 외벽에는 ‘노란 조끼가 승리한다’ ‘마크롱은 물러나라’ ‘반달리즘(문화·공공시설 파괴) 만세’라고 적힌 시위대의 스프레이 낙서가 뒤덮였다. 심지어 개선문 내부에 전시돼 있던 마리안상까지 시위대에 의해 파괴됐다. 마리안은 자유·평등·박애를 수호하는 여인으로 대혁명 이후 프랑스의 상징이었지만, 분노한 시위대에는 파괴의 대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프랑스 군대의 승리를 상징하는 개선문은 1806년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이긴 나폴레옹 1세의 지시로 1836년 건립됐다.

개선문 앞 전몰자 묘역인 ‘무명용사의 묘’도 이날 시위대의 공격으로 훼손돼 피해액이 수백만 유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크 리스터 문화부 장관은 “개선문에 대한 공격은 프랑스의 상징과 가치와 역사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개선문 주변 상점의 유리창이 깨졌으며 길가에 주차됐던 차량도 불에 탔다. 경찰차에서 소총이 탈취되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의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노란 조끼’ 시위는 지난 11월 17일 시작된 이후 3주째 프랑스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극우·극좌성향 폭력집단이 섞여 있지만, 시위대 대부분은 평범한 프랑스 시민들로 이뤄져 있다.

시위가 격화되자 프랑스 당국도 최루탄과 물대포로 진압에 나섰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1일 하루에만 프랑스 전역에서 13만6000명이 시위에 참가했으며, 전쟁터와 흡사한 파리 샹젤리제 일대에서는 133명이 다치고 412명이 체포됐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총리와 내무장관 등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다. 벤자맹 그리보 정부 대변인은 “비상사태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