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노조원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 유성기업 김모 상무가 119대원들로부터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유성기업 제공

노무담당 상무 무차별 구타
코뼈함몰 등 전치 12주 중상

회사 “경찰이 조치 전혀안해”
무기력 공권력 비판 항의공문
警 “노조원이 막아 못들어가”

파업 중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회사 노무 담당 임원을 감금한 채 1시간여 동안 무차별 구타해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회사 측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집단폭행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40여 분 간 사태를 방관했다며 관할 경찰서 측에 대표 명의로 항의 공문을 발송하는 등 무기력한 공권력을 비판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26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3시 50분쯤 노무 담당 김모(49) 상무가 파업 중인 금속노조 유성지회 노조원 10여 명에게 회사 본관 2층 대표이사실에 감금된 채 1시간여 동안 폭행당했다. 병원으로 후송된 김 상무는 안와골절, 코뼈함몰, 치아골절 등 전치 12주 중상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다. 회사 측은 “현장을 목격한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노조원들이 김 상무를 대표이사실에 감금한 채 주먹으로 안면을 수십 대 강타하고, 뺨도 수십 대 때렸다. 무릎으로 배를 걷어차는 등 무차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폭력 사태는 이날 김 상무와 최모 대표이사가 회사의 다른 노조 측과 협상을 벌인 뒤 본관으로 들어온 것을 목격한 파업 조합원들이 본관에 진입하면서 벌어졌다. 회사 측은 오후 3시 53분부터 총 6차례나 경찰 112 신고 전화를 걸어 경찰 출동을 요청했다. 경찰은 오후 4시 4분부터 지구대 순찰차가 현장에 처음 출동한 뒤 차례로 정보과와 강력계 형사 등 20여 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후 상황이 종료된 4시 50분까지 40여 분간 대표이사실에 진입하지 않고 출입문 앞에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회사 측은 23일 대표 명의로 충남 아산경찰서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회사 측은 항의 공문에서 “대표이사 집무실 내에서 고성과 욕설, 집단구타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데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구조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고, 감금이 풀린 뒤 폭력을 가한 노조원들이 유유히 빠져나가는데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2층 출입문에 노조원 40여 명이 팔짱을 끼고 현장을 봉쇄해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현장에 진입하려 노력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고, 노동구호를 크게 외치는 소음 때문에 안에서 비명 소리나 살려달라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문화일보는 금속노조 유성지회 지부장과 사무장 등 노조 간부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유성기업은 현대·기아차 등에 피스톤링 등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로, 노조는 지난 10월 초순부터 2010년 단체협약 복원, 노조파괴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다.

아산=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