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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대 駐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국가로서 큰 특징을 갖고 있다. 필자는 아프리카의 서부와 동부 지역에서 모두 근무한 적이 있지만, 지난 2월 이곳에는 처음 부임했다. 그런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행정수도 프리토리아로 가는 길 주변이 마치 여기가 미국 LA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점차 남아공은 ‘선진국과 빈곤국이라는 2개의 세계가 병존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121만9090㎢ 면적에 약 5739만8000명의 인구로 각각 세계 25위를 기록하는 남아공에서 외국인들이 생활하다 보면 혼돈이 올 때가 많다. 넬슨 만델라라는 브랜드를 자랑하는 남아공은 ‘무지개 나라’ ‘다양성 속에 단합’을 지향하는 국가로, 11개 공용어가 통용되고 있다. 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6·25전쟁 참전국,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폐기한 국가, 아프리카 민주화와 인권 운동의 산실, 세계 주요 20개국(G20)이라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많은 남아공 영어 교사가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것도 특이점이다.

K-팝은 한·남아공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지금의 K-팝은 예사롭지 않으며 새로운 ‘매력 한국’ 만들기의 일등공신이 됐다고 본다. 여기서 많은 주재국 및 외국 인사들을 만나면 과거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인사말을 종종 듣게 된다. 그 예가 “저는 한국에 가 본 적이 없지만, 저의 딸이 K-팝을 너무나 좋아합니다”라는 것이다. 이럴 때 색다른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우리 한류 스타들이 고맙기만 하다.

최근에는 남아공 K-팝 팬들 사이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이 남아공의 대중 댄스곡이 가미된 최신곡 ‘아이돌’을 발표하자 기뻐하면서 BTS가 아프리카에 관심을 보이므로 남아공을 방문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일고 있다고 한다. 한류의 긍정적인 현상은 그것이 K-팝이든, 우리의 전통예술, 음식, 영화, 드라마든 서로 연계성을 보이면서 다 같이 한국의 매력 상승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주남아공 대사관은 지난달 20일 한국의 음식, 전통문화 체험, K-팝 팬클럽 공연, 영화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개최했는데, 이날 약 4000명의 인파가 몰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K-POP’은 이제 세계적인 고유명사로 자리 잡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이 ‘K-POP’이라는 단어가 우리 국민성이나 발전 비결을 나타내는 두문자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만난 아프리카 사람들이 거의 빼놓지 않고 물어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성공 비결이다. 종전에는 흔히 ‘교육’ ‘부지런함’ 정도로 설명됐는데, 이보다는 세밀한 설명이 필요해졌다. 직업상 공공외교와 개발 협력을 담당하는 필자로서는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 결과, 보편적 원리로 ‘개인행동 성공 요건’이 있으며, 이는 4가지 기본 단계 또는 요소로 구성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것은 배움(knowledge)-실천(practising)-주인의식(ownership)-열정(passion), 즉 약자로 ‘KPOP’이다. 그런데 우리의 성공 비결은 우리 사회·문화가 대개의 경우 마지막 단계에 형성되는 ‘열정’을 처음부터 사회 구성원들에게 강조하고 심어줘 이것이 앞의 3가지 단계를 추동하는 ‘역공학’ 방식을 취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남아공은 중고소득 국가지만 과거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분리정책) 유산 등으로 아직도 제반 경제·사회·정치적 과제를 안고 있어 한국의 경제 발전과 역동적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우리의 매력 한류 문화이자 ‘삶의 성공지표’인 K-팝을 남아공 등 아프리카에 적극 전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