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4일 이란 사법부가 공개한 사진에서 이란 금·외환시장을 어지럽혔다는 혐의로 사형 선고된 바히드 마즐루민(오른쪽)과 공범 무함마드 에스마엘 카세미가 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잔통신 제공

‘금화의 왕’마즐루민 교수형
금·외환시장 교란시킨 혐의

이란 사법부가 교수형 직전의 경제사범들의 모습을 언론에 전격 공개하는 공포정치로 미국의 경제 제재 복원으로 불안해진 민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례적인 공개에 국제사회에서는 또 다른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CNN 및 이란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는 지난 14일 이란에서 ‘금화의 군주(Sultan of Goldcoin)’라고 불리며 이란의 금과 외환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바히드 마즐루민과 조력자 무함마드 에스마엘 카세미에 대한 교수형을 집행했다.

특히 사법당국은 마즐루민 등 사형수 2명이 형 집행 직전 유서를 쓰고 사형장으로 걸어가는 모습부터 교수형 뒤 시신이 영현백(시신을 담는 가방)에 담겨 옮겨지는 과정을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통신을 통해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동영상을 캡처한 것으로 보이는 9장의 스틸 사진도 배포했다. 사진을 보면 둘은 비가 오는 새벽 긴장과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수갑을 차고 족쇄에 묶여 형장으로 향했다. 지난 7월 체포 전만 해도 이란 최고 부자로 꼽혔던 마즐루민은 회색 상의에 청바지의 죄수복 차림으로 최후를 맞았다.

마즐루민 등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이란 금·외환 시장이 요동치자 2t 정도의 금화를 사모아 리알화 가치를 급락시키고 시장을 교란한 혐의로 체포됐다. 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되면서 국제앰네스티 등은 재판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지만 선고 40여 일 만에 형을 전격 집행했다.

이란 사법부는 사형장으로 향하는 이들을 언론이 인터뷰하도록 하고 방송으로도 내보냈다. 카세미는 인터뷰에서 “경제 부패는 벌어져서는 안 되는 범죄다”고 말했다. 마즐루민은 “다시금 거래 시장에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런 행동은 절대 하지 않겠다. 금화의 군주라는 별명은 과분하다”고 언급했다.

이란에서도 금융범죄를 저지른, 형 집행 직전의 사형수를 공개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재로 불안해진 민심을 다잡기 위한 수단으로 이란 정부가 이를 공개했다고 분석했다. 이란에서는 아동 성범죄, 연쇄 살인 등 흉악범죄로 사형받은 범죄자에 대해서 공개 교수형을 집행한 뒤 목이 매달린 모습을 공개하곤 한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