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갈리아 지역의 숲에서 소방관이 화염에 휩싸인 가옥을 향해 소방호스로 물을 뿌려가며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AP 연합뉴스

해마다 대형화되는 美캘리포니아 산불

작년 화재건수·피해면적 급증
올 사망 76명 2년전보다 9배로
온난화따른 기후변화도 主원인

숲인근 전원생활 인구 늘어나
꽁초·車스파크 등‘불씨’역할

듬성듬성했던 과거숲 자정능력
산불 등 자연재해에도 잘 버텨
“간벌 통해 숲에 균형 이뤄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캠프파이어’‘울시파이어’ ‘힐파이어’ 등 대형 산불(wild fire) 피해가 나날이 확산하는 가운데 그동안 자연재해로만 인식됐던 산불이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산불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인위적 산불 관리를 통해 오히려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불 피해로 해마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만 ‘진압’ 대신 ‘관리’를 통해 산불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말리부 지역에 위치한 독일 사업가 토마스 고트샬크의 별장이 산불로 전소돼 폐허만 남아 있다. AP 연합뉴스

◇캘리포니아 산불 규모 매년 커져=15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캘리포니아주 총 4개 지역에서 발화한 산불은 현재까지 약 966㎢ 면적을 태우며 아직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뷰트카운트 지역을 덮친 캠프파이어로 현재까지 약 50명이 숨지고 실종자가 100명에 이르는 등 피해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는 산불 피해가 매년 더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산림청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9133건의 산불이 발생해 2016년보다 약 2000건 증가했다. 산불 발생횟수는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지만 피해면적의 경우 2709㎢에서 5590㎢로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산불 피해가 더 심각해 발생횟수는 지난 9일까지 7519건으로 전보다 다소 줄었지만 피해 면적은 6749.57㎢로 이미 지난해 연간 피해면적을 넘어섰다. 특히 산불로 인한 사망자 수가 76명에 달해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주의 산불 피해가 당분간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폴 헤스버그 워싱턴대 교수는 “산불이 잘 일어나는 기간이 연간 40일에서 80일로 두 배로 늘어났다”며 “기후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2020년 산불 피해 면적은 2000년보다 2∼3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너선 콕스 캘리포니아주 소방국장은 CBS 인터뷰에서 “소방관들은 불행하게도 해마다 더 강하고, 더 빈번하고, 더 치명적인 화재와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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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잘못된 산림관리가 대형 산불 유발=화재 전문가들은 잦은 대형 산불의 원인에 대해 기후 변화와 함께 지난 100여 년간 미국의 산림 관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산불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기온이 올라가고 비는 적게 내리면서 산불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 노아 디펜바워 스탠퍼드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최근 캘리포니아 지역의 산불 증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증가, 건조화와 비례한다”며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발화 원인과 관계없이 보다 불이 잘 번지는 환경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잘못된 산림녹화 및 관리 방식이 산불이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환경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래 숲은 오랜 기간에 걸쳐 조성되고 산불이 일어나도 지나치게 큰 규모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자정능력을 갖췄는데 사람이 숲을 관리하면서 나무 숫자와 숲 전체 규모는 커졌어도 자정능력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헤스버그 교수는 “과거 숲은 지금보다 나무가 적고 듬성듬성했지만 산불에도 버텨 수백 년을 산 나무들과 막 자라기 시작한 나무들이 균형을 이뤘다. 이 같은 숲에선 건조한 지역과 습기 많은 지역 등이 분명하게 구분돼 있었다”며 “세계대전과 전쟁을 거치면서 큰 나무는 모두 잘려나갔고 고만고만한 나무들이 경쟁적으로 자라면서 전보다 더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는 숲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정부와 주정부 등의 산림 규제가 강화되면서 캐나다, 중국 등으로부터의 목재 수입이 늘고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임업 종사자 숫자가 20년 전보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임업이 쇠퇴한 점도 산불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도시 외곽 숲이나 산 근처에서 거주하기 시작한 것도 산불 발생 증가를 불러왔다. NYT는 숲에서 담배꽁초, 자동차 스파크 등이 자주 발생하면서 화재가 증가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불로 더 큰불을 예방한다=산불 피해가 갈수록 확산하면서 미국에서는 간벌 등을 통해 숲을 균형 있게 만들어 산불을 진압하는 게 아니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헤스버그 교수는 “1910년 발생한 대형 산불 이후 일부러 산에 불을 지르는 행위가 금기시되고 작은 불씨도 서둘러 진압하면서 지금과 같은 빽빽한 숲이 조성됐다”며 “과거 원주민들은 큰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숲을 불태웠고, 1800년대 개척시대에도 말 등을 방목하기 위해 숲을 태운 것이 산불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벌로 인한 산불은 현재 발생하는 대형 산불보다 유독가스 발생도 적고 장기적으로 대형 산불도 예방할 수 있다”며 정부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실제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해 숲을 관리하는 주도 생겨나고 있다. 오리건주의 경우 2011년부터 숲 안쪽에서 간벌을 실시해 산불이 크게 번지지 않도록 하는 ‘분수령’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작업으로 오리건주는 약 2000만 달러의 산불 진화 예산을 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