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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14일 내놓은 항공산업 제도 개선 방안은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지난 4월 ‘물컵 사건’ 이후 광범위하게 퍼진 사회적 공분을 고려하면 이는 자연스러운 귀결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국토부가 내놓은 방안을 보면 가진 자에 대한 대중의 ‘르상티망’(Ressentiment·복수심 등의 감정)에 편승한 과도한 조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항공사 임원 자격 제한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현재 항공사 임원 자격 제한은 항공안전법, 공항시설법 등 항공 관련법을 위반하는 경우로 국한돼 있다. 그러나 국토부 방안은 항공 관련법뿐 아니라 형법,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관세법 등의 위반자도 임원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을 담았다. 항공 산업이 상대적으로 공공적 성격이 강하지만 이번 방안은 업종별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똑같은 위법 행위를 했다고 할 때 같은 운수업종에서 택시회사나 해운사에선 임원 자격 제한을 하지 않고 항공사 임원 자격 제한만 부과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 의문이다. 주요 선진국에는 있지도 않은 일감 몰아주기(공정거래법 위반) 때문에 항공사 임원 자격을 제한받는 것은 과연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더구나 이번에 내놓은 항공산업 제도개선 방안에 항공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고려한 조치는 없고, 항공사가 사사건건 국토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규제’로 빽빽한 것도 우리나라 항공정책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더욱이 진에어 면허 취소까지 갈 뻔했던 외국인 등기 임원 문제도 따지고 보면 국토부의 관리 소홀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반성은 단 한 줄도 들어 있지 않다. 정부가 앞장서 반기업 정서를 조장하면서 산업 발전과 ‘민간 일자리 창출’을 부르짖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유회경 경제산업부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