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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아베 싱가포르 정상회담
섬 4개 중 2개만 우선반환 뜻
일·소 공동선언 재논의하기로
아베 “내실 있는 논의 했다”
푸틴 “다양한 협력 협의 기뻐”
러 내부서 반발 만만치 않아
日 “전체 영토반환 예단못해”

러시아가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 2개 섬을 일본에 반환하는 문제에 대한 협의 가능성을 시사해 60년 넘은 외교과제 해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내부에서는 4개 섬 확보에서 2개 섬 우선 반환으로 바꿨지만 실제로 이 같은 전략이 통할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15일 요미우리(讀賣)·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날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측이 지난 1956년 체결한 일·소 공동선언을 활성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오후 만났던 두 정상은 예정시간 30분을 넘어 약 1시간 반 동안 대화를 나눴고 이 중 40분가량은 다른 인물들이 전혀 없이 두 정상만이 회동한 ‘단독 회담’이었다. 이들 회담을 거치느라 차후 예정됐던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마련한 만찬도 불참할 정도였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뒤 “통역만을 대동하고 푸틴 대통령과 단독으로 평화조약 문제에 대해 내실 있는 논의를 했다”며 “7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평화조약 부재 상황에 마침표를 찍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도 “아베 총리가 중시하고 있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협력관계에 대해 협의할 수 있어 기쁘다”며 “지금까지 수년간 해왔던 대화를 계속해가자”고 밝혔다.

일본과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지난 1956년 일·소 공동선언으로 국교를 회복하면서 “평화조약 체결 후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를 일본에 인도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1960년 일본이 미국과 미·일 안보조약을 체결하자 소련이 반발하며 반환 약속을 취소했고, 이에 일본 보수진영은 구나시리(國後)와 에토로후(擇捉)까지 총 4개 섬의 반환을 요구해왔다. 다만 지난 2016년 쿠릴열도 내 공동경제활동 등을 추진하기로 해 영토 문제에 대해 점진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후 두 정상은 지난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렸던 ‘동방경제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제조건 없이 연내 평화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실제 일본의 기대대로 전체 영토 반환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일본 내부에서 지배적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임기 내에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북방영토 협상을 서둘러 본격화하고 싶어 하지만 푸틴 대통령과의 의견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일·소 공동선언에 기초한 평화조약 체결을 활성화하는 게 실제 반환으로 이어진다고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러시아가 최종적으로 4개 섬의 반환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

◇일·소 공동선언 = 정식 명칭은 ‘소비에트 사회주의공화국 연방과 일본과의 공동선언’. 태평양전쟁 대일 강화조약에 서명하지 않았던 소련은 1956년 10월 19일 모스크바에서 일본과 종전선언을 했다. 선언은 평화조약 체결 후 하보마이(齒舞)제도와 시코탄(色丹)섬을 일본에 인도하는 것 외에 △외교관계 회복 △일본의 유엔 가입 지지 △배상 외의 전쟁청구권 상호 포기 △통상항해조약 체결교섭 개시 등 총 10개 항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