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 임명 강행 공방탓에
민생법안 90여건 처리 난항
윤리위는 징계안 ‘나몰라라’

15일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임명 강행으로 촉발된 여야 간 공방으로 개의에 진통을 겪었다.

이에 따라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 90여 건의 처리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까지 구성할 예정이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 소위도 꾸리지 못했다. 더구나 국회 윤리위원회는 음주운전으로 경찰 조사까지 받은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에 대해서는 징계안조차 회부 하지 않았다. 제 할 일은 않고 ‘제 식구 감싸기’에만 여념이 없는 국회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함께 약속한 일정인 오늘 본회의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보이콧을 선언했다”며 “두 보수 야당은 민생과 경제는 안중에 없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계속된 인사참사의 책임을 물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해임하라고 요구하며 국회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여당 원내대표가 이를 일축한 것이다.

야당은 ‘여권의 독선’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예산심사 및 인사청문회 무력화, 고용세습 국정조사 거부 등으로 독단과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고, 김관영 원내대표도 원내정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앞에서는 협치를 말하고 뒤에서는 통치를 하고 있다”며 “진정한 협치를 하려면 야당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세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났지만 야당의 요구에 대한 이견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어린이집 평가 인증을 확대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등 90여 건의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간 신경전에 기약 없이 미뤄질 상황에 처했다.

내년도 예산심사의 핵심인 예산소위는 이날까지 아예 구성도 못 하고 있다. 소위원의 각 당 배분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며 예산안 심사마저 내팽개치는 모양새다.

이날 국회 윤리위원회는 20대 국회 하반기 첫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이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회부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의원 징계안은 국회의장이나 윤리위원장, 의원 20인 이상의 요구로 회부된다. 결국 여야 의원 모두 수수방관한 셈이다. 앞서 평화당은 이 의원에 대해 당원권 3개월 정지, 봉사활동 100시간의 징계를 결정했다. 소속정당은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고 국회는 아예 징계할 의지도 없는 것이다. 윤리위에는 20대 국회 들어 22건의 국회의원 징계안이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다.

민병기·김윤희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