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식 전략문제硏 부소장

“정찰금지 등 韓·美 갈등 우려
비행금지 구역 탓 관측死角도”

9·19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 1조 1항인 ‘남북공동군사위원회를 가동해 무력증강, 봉쇄차단 및 항행방해, 정찰행위 중지 등 3가지 문제 등을 협의’한다는 규정이 한·미 동맹의 갈등을 키우는 북한의 이간 전략에 활용될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주은식(예비역 육군 준장) 한국전략문제연구소(KRIS) 부소장은 15일 ‘남북 군사 합의서에 대한 검토 의견’ 자료를 통해 “남북 군사 합의서 1조 1항은 위험한 독소조항으로, 향후 남북공동군사위를 통해 북한이 3가지 문제 외에 군사문제 전반에 대한 간섭과 시비를 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주 부소장은 “특히 ‘다양한 형태의 해상 봉쇄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금지’ 등은 우리가 단독으로 조치할 수 없는 문제로 동맹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우리가 동맹국의 행위를 제한할 수 없기 때문에 동맹과의 갈등이 고조될 수 있고, 이는 북한의 이간 전략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 군사 합의에 따라 설정된 비무장지대(DMZ) 비행금지구역(고정익항공기 동부 40㎞, 서부 20㎞)으로 인해 ‘정찰 사각 지역’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산악지형에 가린 고지 후사면(後斜面)에 집중된 북한 장사정포를 정찰할 수 없게 됐다는 것. 주 부소장은 “정찰 가능 거리와 상승고도를 제한하면 산악지형으로 인해 차폐(遮蔽)되는 공간이 늘어나 고지 후사면에 대한 정찰 사각 지역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며 “북한군에 비해 절대 우세인 영상정보를 수집하는 공중정찰 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무인기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DMZ 내 감시초소(GP) 철수도 북측 군사활동에 대한 관측·감시를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주 부소장은 “무인기는 운용 고도가 낮을수록 후사면에 대한 정찰 사각 지역이 넓어져 영상정보 수집이 어려워지며, 운용 고도가 높아지면 체계의 고성능화로 비용 상승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 부소장은 GP 철수에 대해서도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에는 감시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DMZ 매복작전’을 해왔던 것인데, GP가 철수되면 고지 후사면이나 저지대에 대한 감시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