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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얼었어도 선비 손에 놀고 탱자는 잘생겨도 거지 손에 논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유자가 대대로 고급 과일이었음을 알려준다. 유자 산지인 경남 남해에선 과거에 유자가 대학나무로 통했다. 유자나무 한 그루만 있으면 대학에 입학한 자녀의 학비 걱정은 덜 수 있다는 뜻에서다.

유자나무는 결코 키우기 쉬운 작물이 아니다. 길고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재배할 때 많은 노동력을 요구한다. 묘목이 성숙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복숭아·밤은 3년, 감은 8년, 유자는 18년”이란 말도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최근 유자를 11월의 제철 농식품으로 선정했다. 겨울이 제철인 유자는 11∼12월에만 수확된다.

유자는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주로 생산된다. 유자를 즐겨 먹는 나라는 한국·일본 정도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의 유자 생산국이다. 향이 짙고 껍질이 두껍기로도 국내산이 최고다. 고흥·완도·남해 등 남해안 일대가 주산지다. 일본엔 동짓날 유자탕에 들어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풍습이 남아 있다. 유자의 향과 노란색이 악(惡)을 몰아낸다고 봐서다.

원산지는 중국 양쯔강 상류다. 신라의 ‘해신(海神)’ 장보고가 당나라에서 처음 들여와 남해안 지역에 심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귤·오렌지·레몬·자몽 등 다른 감귤류는 껍질이 전체의 20∼30%지만 곰보 모양인 유자 껍질은 과육보다 오히려 더 많다. 요즘 중국에서 유자(柚子, youzi)를 주문하면 포멜로(Pomelo, 스페인어로 자몽)를 내놓는다. 우리가 유자라고 부르는 과일을 중국인은 샹청(香橙)·일본유자라 한다. 해외에서 유자는 일본어 발음인 유즈(yuzu)로 통한다.

맛은 시다 못해 쓰다고 할 정도다. 신맛 성분은 구연산 등 유기산, 쓴맛 성분은 항(抗)산화 효과가 있는 리모네이드다. 유자는 기온이 내려가면 걸리기 쉬운 감기·뇌졸중 예방에 이롭다. 비타민 C가 100g당 105㎎(사과의 25배)이나 들어 있어서다.

혈압 조절을 돕는 칼륨도 풍부하다(100g당 262㎎). 칼륨은 체내 과잉 나트륨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을 한다. 식이섬유의 일종인 펙틴이 풍부하다는 것도 매력이다. 펙틴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리모네이드는 항산화뿐 아니라 암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 이 성분은 씨에 많이 들어 있지만 껍질에도 있다.

유자 과육을 싸고 있는 흰 실 같은 부위엔 혈압을 안정시키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헤스페리딘 성분이 함유돼 있다. 뇌졸중·고혈압 환자에게 유자를 추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자차를 만들 때 껍질까지 함께 넣는 것이 건강에 더 이롭다. 문제는 껍질은 과육보다 신맛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이다. 한방에선 임산부와 기(氣)가 허(虛)한 사람에겐 유자 껍질 섭취를 권하지 않는다. 유자는 귤·오렌지와도 ‘사촌’(같은 감귤류) 간이지만 맛에선 큰 차이를 보인다. 귤·오렌지는 맛이 달아 생식(生食)에 장애가 전혀 없지만 유자는 대개 가공품(차·청·잼·드레싱·향신료·과자·조미료·식초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흐르는 물에 껍질까지 깨끗이 씻은 후 유자청을 만들어서 먹는 방법도 있다.

중국의 고의서 ‘본초강목’엔 “유자를 먹으면 답답한 기운이 가시고 정신이 맑아지며 몸이 가벼워지고 수명이 길어진다”는 대목이 나온다. ‘동의보감’엔 “유자는 위(胃) 속의 나쁜 기운을 없애고 술독을 풀어주며 술 마신 사람의 입 냄새를 없애준다”고 쓰여 있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