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문제와 관련, 김연명 신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 13일 국회 답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의 실현 불가능성을 솔직히 밝힌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김 수석은 대학 교수 시절 소득대체율 50% 상향을 주장했으며, 문 대통령 연금 공약의 설계자로도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현재 45%인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공약을 제시했고, TV토론 때는 유승민 후보가 “무슨 돈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보험료 증가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 방안이 있다”고 답변했다.

김 수석은 문 대통령 공약에 대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대선 캠프에서 복지 공약을 주도했고,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선 사회분과위원장을 맡았던 김 수석은 교수 시절 “보험료를 1%포인트만 올려도 소득대체율을 50%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서도 김 수석은 “과거 데이터에 입각한 것으로, 지금은 맞지 않다”고 오류를 인정하고, 이런 사실을 문 대통령에게 얘기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예”라고 말했다. 지금도, 대선 당시에도 대다수 전문가는 문 대통령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는데, 김 수석도 ‘헛공약’임을 시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보험료를 현행 9%에서 최소 12%, 최대 15%로 올리는 방향이 포함된 개혁안을 제출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재검토를 지시하며 퇴짜를 놓았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덜 내고 더 받을 수 있는 마법은 없다. 김 수석은 과거 “뒷방에 황금을 쌓아놓고 앞방에서 굶어 죽을 수 없다”고 했는데, 고갈 연도를 앞당겨 미래 세대에 부담을 더 떠넘기자는 주장과 다름없다. 김 수석 본인도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 학자 시절의 소신”이라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시바삐 잘못된 공약임을 시인하고 국민의 양해를 구하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첫발이나마 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