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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어제보다 찬 바람이 불어／ 이불을 끌어당겨도／ 더 파고든 바람이 구석구석 춥게 만들어／ 전원이 꺼진 것 같은／ 기척도 없는 창밖을 바라보며／ 의미 없는 숨을 쉬고／ 한겨울보다 차가운 내 방／ 손끝까지 시린 공기／ 봄이 오지 않으면 그게 차라리 나을까／ 내 방 고드름도 녹을까／ 햇볕 드는 좋은 날 오면은’. 본명이 이지은인 가수 아이유(25)가 작사·작곡해 부른 노래 ‘싫은 날’ 마지막 대목이다. 2013년에 제3집 앨범 ‘모던 타임스(Modern Times)’에 담아 발표했다. 그의 작사·작곡인, 재치 있으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사유(思惟)의 깊이가 느껴지는 또 다른 노래 ‘팔레트(Palette)’에선 ‘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 때／ 그저 나일 때／ 가장 찬란하게 빛이 나／ 어둠이 드리워질 때도 겁내지 마’ 한다.

그의 노래 상당수는 선호하는 연령층의 폭이 넓다. 그가 쓴 가사에 다른 작곡가가 선율을 붙인 것으로, ‘길을 잃었다／ 어딜 가야 할까／ 열두 개로 갈린 조각난 골목길／ 어딜 가면 너를 만날까’ 하고 시작하는 ‘분홍신’도 그중 하나다. ‘바로 이 하루／ 이 지금 우리／ 눈부셔 아름다워／ 나는 확실히 알아／ 오늘의 불꽃놀이는／ 끝나지 않을 거야／ 더 놀라운 건 지금부터야’ 하는 ‘이 지금’도 그렇다. ‘스물셋’은 ‘어느 쪽이게? 얼굴만 보면 몰라／ 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는 일／ 아주 간단하거든’ 하다가, ‘난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요／ 아니, 아니 물기 있는 여자가 될래요／ 아 정했어요／ 난 죽은 듯이 살래요’ 한다. ‘밤 편지’에선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늘 그리워 그리워’ 한다.

맑고, 곱고, 상큼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이며 ‘국민 여동생’으로 불려온 그가 2008년에 미니앨범 ‘로스트 앤 파운드(Lost & Found)’로 데뷔한 지 올해로 10년이다. ‘다들 수군대는 걸 자긴 아나 몰라／ 요새 말이 많은 걔랑 어울린다나?／ 문제야 쟤도 참’ 하다가, ‘편하게 하지 뭐／ 어 거기 너／ 내 말 알아들어?’ 하는, 자신이 가사를 쓴 ‘삐삐’를 기념곡으로 삼은 그의 데뷔 10주년 공연 ‘이 지금’이 오는 17∼1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다. 국내 마지막 순서다. 그 뒤 홍콩·싱가포르·태국·대만 등지로 이어진다. ‘세계의 여동생’ ‘글로벌 스타’ 등으로 더 높이 도약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