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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붙은 ‘KTX세종역 신설’ 논란

고속철 驛舍 신설 놓고… 세종시 - 충북도 - 호남권의 ‘동상3몽’

세종시‘이해찬 공약’에 힘받아
내년에 사전타당성조사 계획도

충북, 반대특위 구성 저지 나서
“경제성 부족 결론… 실익 없어”

호남권 “새노선 개설을” 주장에
충북 ‘오송패싱 심해질라’ 우려
세종시는 “초점 흐려지면 안돼”

이미지 크게보기 세종시 부강면을 흐르는 금강을 호남고속철도 교량이 가로지르고 있다. 철도시설공단 제공

KTX세종역 신설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 KTX세종역 설치를 둘러싸고 세종과 충북, 호남권의 주장이 분출하면서 충청권 이슈가 아닌 전국 현안으로 떠올랐다. 종전 논의가 세종시 대 충북도 간의 ‘1대 1 구도’에서 호남권이 가세하며 ‘다자화’하고 있다. 호남은 호남 KTX 단거리 노선 신설을 통한 세종역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KTX세종역 이슈가 지역 대결을 넘어 합리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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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광역시·도 중 제주 제외 세종시만 유일하게 KTX역 없어 = 세종시는 42개 중앙행정기관과 19개 국책연구기관이 위치한 지역으로 실질적인 행정수도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KTX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설역 위치는 호남고속철이 지나는 세종시 금남면 발산·용포리 일원이다. 오송역에서 22㎞ 떨어진 곳으로, 시는 1300억 원 규모의 역사 신설을 추진 중이다. 내년에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조사에서 비용편익(B/C)이 0.59로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나왔다. 하지만 세종시 관계자는 14일 “해당 조사는 세종시 인구가 9만 명 시절이던 2010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돼 경제성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세종시는 세종역을 총선 당시 대표공약으로 내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취임 이후 ‘이해찬 효과’와 정치권의 잇단 세종역 지지 발언으로 ‘천군만마’를 얻었다는 분위기다. 시 관계자는 “민주당 세종시 당정협의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세종역 신설이 대세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역 신설은 경제성만 확보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당분간 경제 논리로 역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세종시민 이모(43) 씨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를 가는 사람에게 서울역을 놔두고 광명역에서 내려 버스·택시로 갈아타라고 하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 지역민의 희생, 국가기관 비효율 등을 강요하는 것은 충북의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라고 주장했다.

◇오송역 지키기 나선 충북 = 충북은 오송역의 위상이 세종역 신설로 타격받을 수 있다며 수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세종역 신설 찬성 여론이 많아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10년 문을 연 오송역은 한 해 이용객 500만 명 시대를 열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이용객이 492만 명에 달해 광역시역인 울산역(426만 명)을 제쳤다. 전국 47개 KTX정차역 가운데 8위권에 오를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충북은 세종역 신설이 고속철을 저속철로 만들고, 오송역을 쇠퇴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충북 출신 여야 국회의원 9명은 지난달 국회에서 회동해 “세종역 신설과 천안∼공주 KTX 호남선 신설은 명분과 실리가 없는 부당한 정치적 주장”이라고 뜻을 모았다. 충북도의회·청주시의회도 세종역 반대 특위가 잇따라 구성되는 등 세종역 저지에 지역사회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결론이 난 지난해 철도시설공단의 용역 결과와 세종역 신설은 충청권 합의에 따른다는 대통령 선거공약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정부 세종청사 기능이 확대되고 있어 언제까지 세종역 저지가 명분을 유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특히 호남권 여론이 ‘오송 패싱’ 단거리 노선 개설 주장으로 모아지는 상황은 충북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종전에는 세종시와 충북의 1대 1 구도였기 때문에 용맹하기만 했으면 됐지만, 지금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라며 “세종역과 함께 호남선 단거리 노선 등 여러 문제가 불거져 우리 선택을 폭 좁게 하고 있다”고 언급한 점도 이런 고민을 엿보게 한다.

◇호남KTX 단거리 노선 만들자 = 지난달 31일 호남 의원 17명이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세종 경유 호남선 KTX직선화 추진 의원 모임’(세호추)을 발족했다. 여야·무소속 의원까지 초당적으로 모인 회동에서 이들은 ‘천안아산~세종(공주)∼익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선 KTX 단거리 노선을 개설해 세종역을 신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해 세종역 논란 확산에 불을 지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고속철 개통으로 평택~천안~오송 구간(46.5㎞)이 병목현상을 보임에 따라 3조 원을 들여 현재 복선 노선인 2개 선로를 복복선인 4개 선로로 늘리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호남권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충북은 ‘오송역 패싱’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호남권의 이런 주장이 당장 현실화되기는 힘들겠지만, 논란만으로도 오송역 위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종시는 호남권의 주장이 시의 기존 세종역 신설 구상과는 맥락이 다른 얘기로, 자칫 논의의 초점을 흐릴 수 있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국 세종역의 필요성에는 호남권도 인식을 같이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 측의 반응도 관심거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감 답변을 통해 “세종역을 신설한다고 말씀드리기엔 현재 상황에선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 = 김창희, 전주 = 박팔령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