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전문가들 北核협상 전망

“北 비밀 미사일기지 13곳 가동
美서 공개한 시점에 주목해야
2차 美·北정상회담 연기 필요”

한·미 전문가들은 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을 통해 북한이 최소 13곳의 비밀 미사일 기지를 가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강력한 압박 신호”라면서 현재 교착 국면의 미·북 비핵화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핵 협상에 나서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내년 1월로 예상되는 2차 미·북 정상회담 연기를 주문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빈손 방북했을 때도 강선 우라늄 농축 비밀 시설 문제가 제기됐었는데, 미·북 대화가 잘 진행되지 않을 때 미국이 잘 쓰는 압박 카드 중 하나”라며 “북한이 비핵화 검증 및 핵 신고를 거부하며 제재 해제만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제재 유지와 비핵화에 대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연구기관인 CSIS가 평소 확보해뒀던 북한 지역 위성 촬영 자료를 지금 타이밍에 공개한 것은 대북 압박의 의도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 전까지 최대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 9일 “나와 이야기를 나눈 미국 당국자 가운데 누구도 미·북 협상에 대해 낙관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으며, 행정부 내에서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12일 전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파괴무기 조정관은 이날 VOA 인터뷰에서 “행정부 관리들이 미·북 간 합의가 마련될 때까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연기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세바스천 고르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도 “북핵 협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관리들은 북한과의 진전이 대통령의 희망처럼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고,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불만스러워하는 행정부 내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고 VOA는 전했다.

김영주·유민환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