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양측 협상 전제조건으로
협상 지연땐 韓美훈련 재개도

미국 국무부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북 협상이 난항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미공개 미사일 기지 현황 보고서와 관련해 ‘탄도미사일 폐기’를 강조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의 전면적 폐기에 나서라는 촉구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지연 시 내년에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등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재개에 들어갈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어 한반도 정세에 살얼음이 끼는 분위기다.

12일 미 국무부는 미보고된 북한 내 20개 미사일 기지 중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등 13개 미사일 기지의 위치를 확인했다는 CSIS 보고서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미·북 정상회담) 약속에는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는 국무부가 사실상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비밀리에 운용해 온 미사일 기지 위치를 알고 있고, 미·북 협상이 진전되려면 이를 폐기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미 정보 당국이 최근 북한이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핵 개발 재개 위협 △미·북 고위급 회담 연기 △미·북 회담 불필요 의사를 연이어 나타내자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조지프 버뮤데즈 CSIS 연구원이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분석관 출신이라는 점이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국무부 논평과 CSIS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북한이 숨겨놓은 다수의 미사일 기지 위치를 대부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리사 콜린스 CSIS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보고서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요구하는 핵시설 리스트 제출 거부의 가장 중요한 변명을 없애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주장하며 요구해온 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비밀 미사일 기지 운용을 들어 거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비밀 미사일 기지 위치 확인에 이어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내비치며 군사적 카드까지 꺼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도(共同)통신은 13일 미 당국자가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없으면 (한·미 연합훈련을) 내년 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지(時事)통신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13일 오전 도쿄(東京)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하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한 양국 간 공조 강화와 대북 제재 유지를 논의했다. 아베 총리와 펜스 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 제재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 김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