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범수는 끊임없이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배우다. 제작사 대표도 맡고 있는 그는 “계속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디씨드 제공

영화 ‘출국’ 내일 개봉… 주연 맡은 이범수

신생 영화사·신인감독作 선택
“大作아닌 연기 위주 작품 골라
가족 위한 아빠의 몸부림 표현”

‘자전차왕 엄복동’직접 제작중
“새로운 일 도전 고통스럽지만
시야 넓어지고 책임감도 커져”

“흥행 공식에는 안 맞는 작품이지만 배우로서 성장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배우 이범수는 영화 ‘출국’(사진) 출연 결정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신생 영화사에서 제작한 이 영화의 연출자는 신인인 노규엽 감독이며 배급사도 작은 회사라 많은 상영관을 잡고, 대규모로 개봉할 수 없는 상황이다. 14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가족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가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범수가 맡은 역할은 독일에서 유학 중인 경제학자 영민으로, 마르크스를 연구하는 자신의 학문이 북한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공작원의 말에 넘어가 가족과 함께 북으로 가는 잘못된 결정을 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영민은 탈출을 시도하다가 가족과 헤어지게 되고, 여러 나라 정보국에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각국 정보국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영민을 이용하려 하고, 영민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홀로 가족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이범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민을 자신의 입장과 비교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저도 두 아이의 아빠이다 보니 영민이 처한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았어요. ‘내가 저런 입장이 되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슬픔에 빠졌죠.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는 그저 가슴이 먹먹하다가 며칠 후 다시 읽어보니 오랜만에 배우가 연기력으로 중심을 잡고, 이야기에 녹아 있는 감정을 오롯이 끌고 갈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6년 당시 ‘신의 한 수’와 ‘인천상륙작전’을 끝내고 흥행 여부를 떠나 성장에 대한 욕심이 앞섰죠.”

깊은 공감이 절절한 연기로 이어졌다. 그는 자신만의 색깔로 인물의 내면을 묵직하게 칠해나간다.

“거창하게 ‘색깔’이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제 나름대로 영민이란 인물을 구축해냈어요. 제 딸아이 유치원 운동회에 나가 이어달리기를 하던 기억을 떠올려보니 영민의 마음을 이해하겠더라고요(웃음). 그때 다리 힘이 없어 힘들었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아빠들이 줄줄이 넘어지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아빠의 집념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영민은 공부밖에 모르니 융통성, 사교성이 없을 거예요. 그런 그지만 가족을 찾기 위해 몸부림칠 때는 진정성이 묻어날 거고요. ‘테이큰’ ‘다이하드’처럼 멋있는 액션이 아닌 처절한 모습을 표현하려 했어요.”

제작사 대표도 맡아 대작인 ‘자전차왕 엄복동’을 제작 중인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성장’이란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그가 성장에 목말라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배우로만 살아오다가 제작이라는 새로운 일을 해보니 시야가 넓어지며 미처 모르고 지나갔던 부분도 선명하게 다가왔어요. 고통도 크지만 매 순간이 ‘성장’으로 느껴졌고요. 영화 제작을 하며 그동안 함께해온 동료들과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도 알게 됐어요. 일이 잘 못되면 핑계 댈 거리가 100가지는 있지만 책임감까지 핑계로 덮을 순 없더라고요.”

그에게 “지금도 배우로서 절실하게 갈구하는 게 있냐”는 말을 건네자 그는 한참 동안 허공을 응시하다가 답을 내놨다.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배우는 무형, 무색, 무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그릇에 담으면 이런 모양이 나오고, 저 그릇에 담으면 또 다른 모양이 나와야 하죠. 한자리에 멈춰 서지 않고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면 항상 절실한 마음을 지녀야 해요. 나이가 더 들어 노역을 맡더라도 인자한 모습부터 아주 못된 역할까지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여전히 마음에 빈자리가 느껴져요.”

그는 “연기든 제작이든 소신을 잃지 않고, 뚝심 있게 해나가겠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고, 어머니가 건강하셨다면 두 분 모두 제게 ‘하나라도 똑바로 하라’고 말씀하셨을 거예요. 맞는 말씀이죠.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 생각이 들지만 계속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일에 집중하려고 해요.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조금씩 발전할 거고, 그때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어요.”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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