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2일 금속노조 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지회 노조원들이 비정규직 해직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3층 대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우하이텍, 사실상 ‘白旗’

대형트럭 20여대로 출하 막아
경찰선“과격한 상황 아니었다”

현대車 생산 차질에 요구 수용
조합원이 비조합원 일 뺏은 셈

화물연대가 경남 양산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 출입구를 ‘봉쇄’하고, 사 측을 압박해 자신들의 요구안을 관철시켜 막무가내식 노조 투쟁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화물연대 차량의 불법 도로점거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 ‘뒷짐’만 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화물연대는 비조합원을 퇴사시키고 전직 화물연대 조합원을 채용하도록 했고, 화물연대 조합원이 추가로 매입한 트럭에 물량을 배정하도록 하는 등 이익을 모두 챙겼다.

13일 성우하이텍과 양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 울산지부 성우하이텍지회는 지난 5일 양산시 소주동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성우하이텍 양산공장 출입구 주변과 인근 도로에 11t 차량 20여 대를 세워 차체 등 납품물량 출하를 막았다. 이날 노조는 오전 6시부터 노사가 협상에 타결한 오후 11시 55분까지 도로를 불법 점거했다. 이 때문에 사 측은 하루 170대분 중 전날 준비한 20여 대 분밖에 물량을 납품하지 못했다. 현대차는 납품 물량이 없어 이날 오후 5시쯤 생산 라인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성우하이텍 물량을 배달하는 3개 운송회사에는 43명이 계약돼 있으며 이중 27명이 화물연대 소속이다.

원청업체가 발을 동동 구르자 성우하이텍은 협상에 나서 화물연대와 조합원 원직 복직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주요 합의안은 물량이 줄어 계약이 해지됐던 조합원 2명을 내년 2월 1일자로 복직시키고 차량을 소유한 조합원 2명이 추가 구입한 차량에도 물량을 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신, 지난해 말 들어온 비조합원 4명은 내년 2월 1일자로 내보내도록 했다. 기존 계약을 맺고 있는 운송업체 3곳도 모두 배제하고 새로운 1개 업체로 단일화하도록 했다. 비조합원 일자리를 빼앗아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챙기고, 운송회사마저 바꾸도록 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물량이 출하되지 않으면 자동차 공장이 멈추는 데 경찰마저 회사 출입구와 도로 등에서 이뤄진 화물연대의 불법행위를 제지하지 않아 협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경찰이 트럭의 불법 도로점거 등을 막았어야 했지만, 현장 책임자인 경찰서장은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결국 직원 1000여 명이 회사 밖으로 나가 화물차를 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동욱 양산경찰서장은 “과격한 상황이 아니었다. 경고를 하고 차를 빼려고도 했다. (하지만 경찰이) 24시간 경비처럼 해주지 못한다”며 “쌍용자동차, 용산참사 그런 부분도 (경찰 대응에 대한) 평가가 다르지 않나. 처음부터 (화물연대와) 대화하라고 했는데 (사측이)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