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으로 대외유출 금지된 문건
일방주장 근거로 악용될 우려
금융위, 심의 뒤 진상조사 검토

오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최종 결론이 예정된 가운데 중요 증거 문건이 사전 유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외 유출이 법(외부감사법 등)으로 금지된 문건이 유출된 데다, 일방적 주장의 근거로 악용하면서 공정한 결과를 내야 할 증선위의 결정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금융위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심의 종료 후 이에 대한 진상조사 진행을 검토하고 나섰다.

12일 금융당국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일부 매체는 삼성바이오의 내부 문건을 잇따라 공개했다. 해당 문건은 삼성바이오에 대한 재감리를 진행한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와 증선위원에게 제출한 자료 중 일부다. 공개된 문건이 삼성바이오의 고의적 회계 분식 혐의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활용되면서 삼성바이오의 주식은 급락했고, 결론을 내야 할 증선위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 유출 경위에도 관심도 쏠리고 있다. 이 문건들은 금감원이 금융위와 증선위원에게 보낸 안건 자료와 형식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된 자료엔 삼성 내부에서 유출된 그대로의 페이지 숫자가 기재돼있는 반면, 금융위와 증선위원이 받은 자료에는 안건 보고서 순서에 따라 재조정된 페이지 숫자가 적혀있다. 또 공개된 문건 일부에는 페이지 숫자가 없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페이지에 숫자가 없다는 것은 정리되지 않은 내부 문서 자체라는 것”이라면서 “이런 문서가 그대로 나왔다는 건 증거를 수집한 금감원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지만, 문건의 사전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삼성바이오에 대한 심의가 완료되면 관련 경위에 대한 조사 진행 여부를 검토하고 나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첫 감리 당시 조치사전통지서 유출 등에 따른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번 사안과 함께 따져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