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분립 견제도 한계

청와대가 경제 투톱 교체 명분과 달리 독주체제를 굳힐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견제해야 할 국회와 사법부는 제 역할을 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인 3권 분립이 흔들리면 대중적 지지율이나 이미지 정치를 바탕으로 한 포퓰리즘이 득세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12일 통화에서 “야당 때나 지금이나 정부 돌아가는 일을 모르기는 매한가지”라며 “청와대의 ‘오더’를 받았으리라 짐작되는 지도부나 의원이 앞장서고 다른 의원들은 뒤따라가는 구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의원은 “사실상 비문(비문재인) 혹은 반문(반문재인)이란 말은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라며 “정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나 지적도 쉽게 하지 못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고점 대비 10%포인트 이상 하락한 상황에서도 한국당 지지율이 제자리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냐”고 했다. 지난해 9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후 1년 새 6명의 대법관이 교체되며 대법원의 세력 구도도 완전히 재편됐다. 김상환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판사가 대법관에 임명된다면 대법원의 이념 스펙트럼은 진보 성향 인사가 절반을 넘어선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14명 대법관 중 9명을 교체한 결과다. 이에 따라 향후 경제정책을 포함한 주요 국정 현안과 관련한 각종 판결이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을 보이면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 자체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