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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시장, 美 이어 세계 2위
음반판매·공연도 규모 커

BTS 파문·우익 공격에도
현지화 위한 ‘전략적 선택’

“왜 유명 아이돌 가수들은 죄다 일본어로 노래를 부르죠?”

그룹 방탄소년단(사진)을 통해 아이돌 시장에 ‘입문’했다는 40대 지인이 이렇게 물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교적 일본 시장에 뒤늦게 공식 데뷔한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빅뱅, 엑소, 트와이스 등 내로라하는 K-팝 가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현지에서 일본어 앨범을 발표했다. 한국어 앨범으로 미국 빌보드를 점령했다는 점에서 더욱 각광받은 방탄소년단이지만 그들 역시 일본어 앨범을 출시했고, 당초 9일 출연할 예정이었던 일본 TV 아사히 음악 방송 ‘뮤직 스테이션’에서도 대표곡 ‘페이크 러브’의 일본어 버전을 부를 계획이었다.

이를 잘못된 관행으로 볼 수는 없다. 일본 시장을 적절히 공략하기 위한 현지화 전략으로 보는 것이 옳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2016년 일본의 음악시장 규모는 27억4590만 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동년 한국(3억3010만 달러)의 8배가 넘는다. 음반 판매 뿐만 아니라 공연 시장도 활성화돼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같은 동양 문화권이라는 점에서 한류를 앞세운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더없이 기름진 시장이다.

최근 방탄소년단의 멤버 지민이 입은 ‘광복절’ 티셔츠를 뒤늦게 문제 삼으며 그들의 현지 TV 출연이 불발된 것을 두고 일본의 시장 불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시장이 ‘한한령’(限韓令)을 앞세워 한류 콘텐츠 수입을 전면 금지했듯, 일본 역시 ‘혐한류’(嫌韓流)로 문을 걸어 잠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규모가 일시적으로 축소될 수는 있어도 한류 수입이 전면 금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왜일까?

일본 내 한류는 2010년을 전후해 전성기를 누리다가 2011년부터 극우단체들을 중심으로 혐한류 운동이 커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발언 요구 역시 극우단체들의 타깃이 됐다.

그러나 주춤하던 한류 바람은 이내 훈풍으로 돌아섰다. 넷우익(인터넷 우익) 재특회와 같은 극우단체가 혐한류를 부르짖는 반대편에는 민족차별금지를 외치며 한류 콘텐츠 상점이 많은 신오쿠보를 중심으로 ‘반한 시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일본 단체도 존재한다. 몇몇 단체가 잘못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애먼 한류스타들에게 딴지를 거는 반면, 또 한편에서는 한류스타들을 적극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일본 자본주의의 양면성이다.

한 중견 한류그룹의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극우단체들의 공격은 일본 내 활동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된다”며 “한류를 등에 업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그룹으로서 정체성과 역사의식을 견지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일본 시장을 활용하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