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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지난 6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이 2.7%에 그칠 것이라 했다. 이 전망치는 지난 5월에 제시한 2.9%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7%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가 내리막길에 있음을 보여주는 전망이다.

KDI뿐만이 아니다. 해외 연구기관들 역시 한국 경제가 내리막길에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 5월 올해 3%의 성장률을 전망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9월에 2.7%로 하향 조정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초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0%에서 2.8%로 낮췄고, 내년 성장률은 기존 2.9%에서 0.3%포인트나 떨어진 2.6%에 불과할 것이라 했다.

그런데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 후반의 경제성장률은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와 비교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면서 내년에는 정부가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추진해 온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실질적인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변한다. 한국 경제 규모보다 12배나 큰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분기 4.2%, 3분기 3.5%였다. 세계 평균 성장률이 3.7%이고, 신흥국 평균성장률은 4.7%다. 한국 경제만 역주행하고 있다. 책임감 없이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경제 원리에 어긋난 정책은 경제를 쇠퇴시키고 국민의 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이것은 외국의 경험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지금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선진국인 영국과 미국도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었다. 잘못된 정책으로 1970년대 영국은 ‘영국병’을 앓았으며,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영·미 양국은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이 경제정책을 수정하자 문제가 해결되고 경제가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쇠퇴하고 국민이 고통을 겪는 것은 ‘정부가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 때문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경제원리에 맞지도 않고 원인과 결과가 바뀌어 있다. 소득(임금)이 올라야 성장하는 게 아니라, 성장을 해야 소득(임금)이 오른다. 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의 생산 활동이 왕성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창출되고 임금이 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이 활발하게 생산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계속 소득주도 성장을 강변하는 것은 경제에 대한 지식의 부족함을 드러낼 뿐이다.

현 정부의 경제에 대한 무지는 정부가 법제화하려는 ‘협력 이익공유제’에서도 드러난다. 기업의 이윤은 사전에 알 수 없다.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사후에 이익이 많이 날 수도, 적게 날 수도 있으며, 손해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사전에 협력사와 수익 배분율을 정할 수 있단 말인가. 경제정책 수립자들이 경제학의 기본이라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런 마이동풍(馬耳東風) 행태는 경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계속 잘못된 정책을 고수하면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와 같은 나라로 전락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사람이 경제에 대해 무지하면 경제정책의 방향이 바뀔 수 없다. 따라서 경제정책 책임자들을, 경제를 정말 잘 아는 사람들로 먼저 바꿔 그들이 경제정책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