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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답답함을 호소한 지난 6일, 서울 관악구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한때 142㎍/㎥까지 치솟았다. 보통 단계(35㎍/㎥ 이하)의 4배가 넘는 매우 높은 수치다. 그런데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발령되지 않았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려면 전날(0시~16시)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50㎍/㎥를 초과하고, 다음날 초미세먼지 농도가 50㎍/㎥를 초과할 것으로 예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날 평균 농도는 50㎍/㎥를 넘지 않았다.

환경부는 올해 초 이처럼 실효성이 떨어지는 비상저감조치 발령 기준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관련 개정안에는 ‘다음날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75㎍/㎥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문제는 하루 평균 농도가 75㎍/㎥를 넘는 날이 흔치 않다는 점이다. 6일의 서울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71㎍/㎥였다. 결국 내년 2월부터 새롭게 시행될 비상저감조치 발령 기준도 실효성이 떨어지기는 매한가지라는 의미다.

헌법 3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초미세먼지 ‘나쁨’ 기준을 50㎍/㎥에서 35㎍/㎥로 강화했다.

그렇다면 헌법 정신에 따라 비상저감조치 발령 기준도 50㎍/㎥에서 35㎍/㎥로 강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비상저감조치가 너무 자주 발령되면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환경부의 인식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해명에 불과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82.5%는 ‘미세먼지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2년 전(79.4%)보다 더 높아졌다. 정부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짓누를 것을 미리 알았다. 그러고도 엉성한 제도만 바라보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해완 사회부 기자 par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