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지원(단국대·앞에서 두 번째)이 5일 오전(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8∼2019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1000m 결승전에서 헝가리의 샤오앙 류를 쫓고 있다. AP연합뉴스

1차대회 銀4개·銅2개 그쳐

빙상연맹 관리단체 지정 등
내부 악재에 끊임없이 시달려
세계 수준 상향평준화도 원인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한국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이 ‘노골드’ 수모를 겪었다.

5일 오전(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끝난 2018∼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대표팀은 은메달 4개, 동 2개에 그쳤다. 대표팀은 지난해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금 15개, 은 11개, 동 8개로 최고의 성적을 거뒀지만 1년여 만에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선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

박지원(단국대)은 이날 열린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 24초 868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헝가리의 샤오앙 류(1분 24초 818)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월드컵 1차 대회 마지막 날 한국이 획득한 유일한 개인 종목 메달이다.

기대를 모았던 여자 1000m에서는 김예진(한국체대)과 김지유(콜핑팀)가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노아름(전북도청)은 준결승전에서 4위에 그쳐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남자 500ｍ 2차 레이스에 나선 황대헌과 임효준(이상 한국체대), 이준서(신목고)는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여자 500ｍ 2차 레이스 역시 심석희(한국체대), 최민정, 최지현(이상 성남시청)이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남자 5000m 계주와 여자 3000m 계주, 이번 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혼성 2000m 계주에서 결승에 진출했지만 은메달 2개, 동 1개에 만족해야 했다. 여자 계주에서 최민정, 심석희, 김지유, 김예진은 4분 3초 966으로 러시아(4분 3초 925)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남자 계주는 홍경환(한국체대), 임효준, 이준서, 박지원이 호흡을 맞췄으나 6분 28초 857로 헝가리(6분 28초 625)에 뒤져 역시 2위에 올랐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혼성계주에선 최민정, 김예진, 이준서, 박지원이 호흡을 맞춰 2분 38초 827로 중국(2분 38초 245), 네덜란드(2분 38초 492)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혼성은 남녀 2명씩 출전하며 여자-여자-남자-남자 순으로 전반부 10바퀴는 2바퀴 반씩, 후반부 8바퀴는 2바퀴씩 돈다.

전날 열린 1500m와 500m에서는 이준서와 김건우(한국체대)가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평창올림픽 2관왕 최민정은 1500m에서 5위로 레이스를 마쳤고, 평창동계올림픽에서 1500m 정상에 올랐던 임효준은 실격됐다.

전력 상향 평준화가 대표팀의 부진 이유로 꼽힌다. 중국 외에 헝가리, 네덜란드 등의 기량이 급성장했기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러나 외부가 아닌 내부적인 ‘악재’가 쇼트트랙의 수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대한빙상경기연맹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특정 인물이 빙상계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연맹이 운영돼왔다며 관리단체 지정을 권고했고, 대한체육회는 9월 빙상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관리단체가 되면 임원이 해임되고 대의원 총회와 이사회 등 권한이 정지된다. ‘사고’ 단체인 셈이다.

그리고 빙상계 전횡 논란의 중심인물인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전 빙상경기연맹 부회장)를 둘러싼 논란은 최근까지 계속됐다. 지난달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전 교수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심석희 선수의 입을 막으려 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터진 조 코치의 심석희 폭행 사건으로 당시 대표팀은 크게 흔들렸다. 그 뒤 악재가 이어졌고 이로 인한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