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법관 13명이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반 관련 상고심 선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호와의 증인’ 신도 상고심
대법관 9 대 4로 파기 환송
14년 만에 기존판례 뒤집어
계류 227건 모두 무죄날 듯

대법원이 1일 종교적 신념과 양심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이른바 ‘종교·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2004년 7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기존 판례를 인정했던 대법원이 14년 만에 판례를 바꿈에 따라 현재 상고심에 계류된 227건의 관련 사건은 모두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오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 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관 의견은 9 대 4로 갈렸다. 재판부는 종교적 신념과 양심이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라고 봤다. 병역법 88조1항은 현역 입영 통지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다. 원심은 병역법 88조1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양심의 진정성이나 양심적 병역거부 해당 여부에 관한 아무런 심리 없이 병역법 위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며 “원심 판결은 88조1항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오 씨는 2013년 9월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 선고를 받고 2016년 7월 상고를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정당한 기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2004년 대법원 판례를 따라 오 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이 2년 넘게 판결을 확정하지 못하는 사이 2016년 광주지법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판단한 첫 항소심 선고를 내렸다. 이같이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이 잇따르자 대법원은 지난 6월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정유진·김수민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