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전월대비 2.9% 증가
반도체부문 빼면 여전히 ‘침체’

지난 9월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7개월 만에 소폭 상승 반전한 이유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준공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이다. 이를 제외하면 건축, 자동차 등의 투자 지표는 모두 악화했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중·장기 전망을 여전히 어둡게 하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2018년 9월)을 보면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2.9% 증가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15.3%) 투자가 줄었으나 특수 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11.5%)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청주 M15 반도체 공장을 준공했고, 앞으로 약 20조 원의 대규모 시설 투자에 나선다. 실제로 지난달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은 일 평균 68만6000달러로 전월(32만1000달러)보다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반도체 설비 투자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국내 투자 동향은 침체 국면이다. 건설 부문 투자를 나타내는 건설기성(시공실적)은 최근 부동산 시장 한파의 영향으로 건축(-2.8%), 토목(-7.2%)이 모두 줄어들며 전월 대비 3.8% 감소했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이 0.6%에 그친 것도 설비투자(-5.7%)와 건설투자(-2.1%) 감소가 결정적이었다.

투자가 부진한 것은 기업들이 미래 경기를 어둡게 보거나, 국내에서 사업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반면 제조업의 해외투자는 올 상반기에만 74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투자액(79억 달러)에 육박했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반도체 경기둔화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언제까지 반도체에만 기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