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통일부가 최근 작성한 ‘제298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개최 관련 보고’에서 북한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보수에 직접시설·지원시설·감리비(아래 빨간 네모 안) 항목으로 총 97억8000만 원(위 빨간 네모 안)의 비용이 소요됐다고 밝히고 있다.

남북사무소 개·보수에 100억
2월 평창 北대표단 지원 28억
4월 南예술단 訪北공연 15억
구체내역 없이 ‘先지출 後정산’

교추協 18명중 13명 정부인사
나머지 5명중 3명은 親與인사

통일부가 100억 원에 달하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보수 비용을 사전에 구체적인 사업 내역을 밝히지 않은 채 지출할 수 있었던 것은 남북협력기금의 심의·의결권을 가진 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교추협은 남북연락사무소 개보수에 100억 원대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서면 회의(17∼23일)로 심의·의결을 마무리했다. 교추협은 7월에도 8600만 원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시설 개보수 남북협력기금지원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97억8000만 원의 전체 비용 중 극히 일부였던 셈이다. 당시 통일부는 “나머지 사업비는 추후 검증 등을 통해 최종 공사비 산출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라며 사후 심의·의결 방침을 밝혔다.

남북연락사무소 개보수 외에도 통일부는 올해 들어 일단 비용을 지출한 뒤 사후에 남북협력기금 심의·의결을 요청하는 방식의 기금 지출을 반복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대표단을 지원한 28억6000만 원과 지난 4월 남측 예술단·태권도 시범단의 평양 공연 비용 15억9000만 원, 지난 7월 이산가족상봉 시설 개보수와 행사 비용 32억2000만 원 등도 선 지출, 후 의결됐다.

이처럼 교추협이 통일부에 사실상 기금 사용의 백지수표를 주고 있는 것은 교추협의 구성과 무관치 않다. 교추협은 위원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12명의 정부 인사 등 총 18명으로 구성됐다. 외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포함된 민간위원 5명은 통일부 장관이 추천 권한을 갖는다.

현재 민간위원 5명 중 김준형 한동대 교수와 김용현 동국대 교수,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등 3명은 대통력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출신의 친여 인사다. 김정수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이사는 6·15 남측위원회 여성본부 공동대표를 지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만이 현 정부와 특별한 인연이 없다.

이에 따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정양석(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교추협 민간위원을 전체 위원의 3분의 1 이상으로 늘리고 그중 2명을 국회에서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남북교류협력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약 100억 원의 예산을 쓰면서 타당성 검토나 예산 규모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집행부터 하고 사후에 심의·의결하는 것은 국가재정법 예산 편성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