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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경희대 교수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자치분권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선 대통령이 갖고 있는 권력을 각 부처 장관들에게 수평적으로 이양하고 중앙 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와 나누는 수직적 분권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공화국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을 보면 전체적으로 자치분권 추진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가 지방의회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은 선진 국가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특징이다. 주민을 대리하는 지방의회가 내린 주요 결정을 집행부에서 실행하는 형태다. 이렇게 분업을 할 때 주민 주권이 가장 효과적으로 담보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자체가 결정하고 스스로 집행하는 집행부 중심 기관통합 방식만을 채택하고 있다. 이때 지방의회는 대외 홍보용 민주주의 간판으로 여겨질 뿐이다.

자치분권 추진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점에서 과거 정부와 다른 길을 가야 할 것으로 본다. 지방의회 사무처 인사권을 의회로 넘기겠다고 하는 건 당연하다. 더 나아가 지자체 공무원의 인사권을 상당 부분 의회로 넘기겠다는 보다 파격적인 계획을 발표했어야 했다. 아울러 지방의회 내 정책 결정과 집행을 할 상임위원회를 둬 단체장과 함께 행정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지방의회 중심 기관통합 모형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어야 했다. 적어도 기초자치단체부터는 다음 지방선거부터 실천에 옮기겠다는 내용을 담아야 했다.

앞으로 일정 기간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 수렴이 이뤄진다고 한다. 필자는 다음 사항을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자치분권 추진에 있어서 무조건적인 권한 이양만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환기하고, 좋은 거버넌스의 구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초자치단체부터 지방의회 중심 기관통합 모델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주민들에게 선호하는 기관 구성 형태를 묻자는 자치분권위원회의 제언이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자칫 민주주의가 필요한지를 묻고 난 후 민주주의의 도입을 위해 노력해 보자는 과거 군사정부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체 자치라는 이름하에 지방 독재가 허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제왕적 단체장에게 지방자치를 통째로 맡길 수는 없다. 지방자치 선진국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민주공화국의 안착을 기대한다면 지방의회와 집행부가 지혜로운 분업을 해야 할 시점이다.